국제 국제정치

핵·경제·레바논 얽힌 고차방정식… 100일째 답 못찾는 중동戰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이스라엘, 2월 이란 기습 공격
60일내 전쟁 끝내겠다던 트럼프
100일째 종전 출구 못찾고 장기전
美 "핵 포기" vs 이란 "제재 해제"
양보 없는 싸움에 전세계 피로감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혁명 지도자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왼쪽)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걸린 현수막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혁명 지도자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왼쪽)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걸린 현수막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7일로 100일째를 맞았지만, 종전의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핵 프로그램,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레바논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및 핵무기 개발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군사작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작전을 '장대한 분노', 이스라엘은 '사자의 포효'로 명명했다. 개전 이후 미·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했고,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주요 정치·군사 지도자들이 제거됐다.

이란은 자국 영토에 날아든 미사일로 막대한 피해를 보자 드론을 활용해 항전에 들어갔다. 호르무즈 해협 장악으로 미국의 의표를 찌르기도 했다.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대함 공격과 기뢰 부설로 가로막히자, 국제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금융시장 역시 전황에 맞춰 요동쳤다.

결국 미국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고,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 4월 초 양측은 한달여만에 극적으로 휴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첫 대면 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현재 미국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폐기 또는 이전, 향후 수십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요구했다.

반면 이란은 당장 경제를 옥죄는 해상 봉쇄부터 푸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에 노출된 채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무장 해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문제까지 종전 협상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이스라엘 역시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의 위협 제거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 이란이 이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헤즈볼라가 반발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 위태로운 휴전 협정이 지난 3일 체결됐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레바논 문제를 분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다독여 변수를 줄이려는 반면, 이란은 레바논 문제가 풀리는 게 종전 협상의 일부라면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지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외교전에 나섰다. 이란 IRNA통신 등에 따르면, 모신 라자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테헤란에 도착해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과 회담했다.

나크비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의 친서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이란 지도부와도 회동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이에 더해, 레바논군 수장인 루돌프 하이칼 사령관 역시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키스탄이 레바논 문제까지 포함한 포괄적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외교 움직임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6일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국제 해상 교통을 위협하던 이란의 자폭형 공격 드론 2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란 드론 4기를 격추한 데 이어 추가로 발생한 무력 충돌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 사이에 산발적 교전이 오가고는 있으나 당장 휴전을 파기할 만한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모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각자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소득 없는 전쟁에 국제사회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mail protected]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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