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후폭풍 거센 '투표용지 부족' 사태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8:45

수정 2026.06.07 18:45

최은솔 사회부
최은솔 사회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쇄신 요구도 거세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선관위의 안일한 선거 준비와 부실한 대응은 향후 국정조사나 별도 조사기구로 철저히 규명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미 치러진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지, 나아가 이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7일까지 공개된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67개 투표소가 투표용지 부족으로 추가 용지를 긴급 공급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은 22곳이다. 선관위는 통상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점을 고려해 선거인 수의 50% 수준만 인쇄했다고 해명했다. 본투표 참여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실책이다.

이번 사태는 선거법 위반 소지도 안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51조 1항은 투표용지를 선거일 전날까지 각 읍·면·동 선관위에 송부해 봉인·보관하도록 규정한다. 선거 당일 추가 공급 과정이 적법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선거인은 오후 6시 이후 투표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방송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투표 마감시각까지 당선인을 예측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막는 선거법 108조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시민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재선거 여부는 엄격한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된다. 공직선거법과 기존 판례에 따르면 선거 무효는 단순한 절차상 하자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선거법 위반이 존재하고, 그 위반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돼야 한다.

우선 선관위의 실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한다. 사태의 원인과 제도적 허점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나 특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에 대해서는 국가 손해배상도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당장 이번 사태를 외부 세력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소송을 기각하면서 각 부정선거 의혹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행위 주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냉정한 사실 확인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집중할 때다.

scottchoi15@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