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증시 최고점 찍고 내려가나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8:45

수정 2026.06.07 18:45

오승범 증권부장
오승범 증권부장
주식시장 곳곳에서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코스피가 6000p가량 급등하는 등 전무후무한 급등장이 전개됐지만 상승폭만큼 추격매수 부담 역시 커졌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석학과 투자 대가들이 잇달아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이다. 2000년 저서 '비이성적 과열' 출간을 통해 인터넷 버블 붕괴를 경고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위험성도 비교적 정확하게 짚어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그가 고안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미국 증시 기준 40배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0년 43배에 근접했다. CAPE는 현 주가를 최근 10년간 물가를 반영한 실질 순이익 평균치로 나눈 것으로 단기 이익에 급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의 한계를 보완한 게 특징이다. 이 지표가 역사적 고점에 다가선 것은 사실상 시장이 역대급 실적 기대감을 선반영했음을 의미한다. 워런 버핏 역시 최근 투자자들의 심리를 '도박'에 비유하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그동안 증시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경고를 저금리 등을 근거로 반박해왔다. 2000년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 6.5% 수준과 비교하면 현재 금리는 4%대로 자금조달 비용이 여전히 낮고, 따라서 주식 투자 매력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어섰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과 일본의 채권 금리 발작은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시 코스피는 8000선을 돌파한 직후 7100선까지 밀려나며 급격한 변동성에 노출됐다.

이미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로 굳어지고 있다. 얼마 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시기의 문제로 봤다. 20년 이상 제로금리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다름없었던 일본은 2024년 이후 물가안정과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 정상화에 나섰다. 특히 한동안 묶어놨던 기준금리가 이달에 0.25%p 인상으로 기울고 있어 31년 만에 1%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전 세계에 풀린 엔화 자금의 본격적인 회수를 의미해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도 높아진 셈이다.

미국 역시 사정이 복잡하다.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기류가 농후하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3.8%나 상승했다. 이런 시기에 성급한 금리인하는 물가를 더 자극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만에 하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선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게 자명하다. 증시에선 외국인의 파상적인 매도 공세가 환차손 우려로 더 거세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위험요인이 증시 조정국면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던 1996년 이후에도 미국 증시는 2년 이상 상승세를 이어간 바 있다. 다만 현재 시장에 내재된 가격 부담과 구조적 환경 변화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기대수익률은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가 중요해졌다. 일기예보 비 소식에 반드시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산조차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지금 시장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 또한 다르지 않다.
강세장의 환희에 취해 있기보다 정점 너머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

winwi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