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도·협조' 표현 사용…'포용적인 경제세계화' 공동추진도 언급 북한의 전략적 위상 높아져…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구도 공고화 가능성도 "7년 전에 '한반도' 키워드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전면에"
'전략적 인도·협조' 표현 사용…'포용적인 경제세계화' 공동추진도 언급
북한의 전략적 위상 높아져…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구도 공고화 가능성도
"7년 전에 '한반도' 키워드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전면에"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 당일인 8일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전략적 성격을 강조함으로써 북중관계가 격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인도' '전략적 협조' '전략적 의사소통'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6월 방북에 앞서 보낸 시 주석의 기고문에는 '전략적 의사소통' 정도만 언급되었고 그나마도 양국 간 고위급 교류 정도로 해석됐다.
특히 이번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쌍방은 호상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리익을 수호하는 것을 견결히 지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전후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북한이 단순한 이웃국가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맺은 러시아와 관계를 연상케 하는데 국제정치적으로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양국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북중관계가 한반도 문제의 범위를 넘어 미중경쟁과 북중러 연계가 작동하는 국제질서 차원의 관계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로도 해석된다.
시 주석은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외교적 고립, 경제 제재, 무력 압박 등 수단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을 자극하며 정치화 수단을 남용하는 것을 중지하고, 반도의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주장하던 입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립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위를 명확히 하고 양국관계 뿐 아니라 국제적 현안에서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상대방으로 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한을 정치외교적으로 전략적 파트너로서 규정하면 자연스럽게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중 간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적 혜택과 포용적인 경제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4가지 전지구발기를 실천에 구현하고 인류운명공동체건설을 함께 손잡고 추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대 전지구(全地球) 발기(發起)'는 시 주석이 2020년대 들어 주장해온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글로벌 문명구상(GCI), 글로벌 거버넌스구상(GGI) 등을 일컫는 북한식 표현으로 보인다.
'포용적 경제세계화'나 '보편적 혜택' '4가지 전지구발기' 등의 표현은 북중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던 표현은 아니다.
시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나는 인류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제기하였으며,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중 양국은 전략적 조정과 협력을 강화해 각자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고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시 주석은 북중 관계를 단순한 사회주의 우호관계가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려는 국제질서나 경제질서 구상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용석 객원연구위원은 "2019년 시 주석의 방북 때는 한반도 평화·대화·협상·정치적 해결 등이 키워드였지만, 이번엔 주권·안전·발전이익·전략환경·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전면에 등장했다"며 "2019년엔 중국의 목표가 북한 문제 관리였다면, 이번에는 중국의 세계전략 속에 북한을 제도적으로 편입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런 중국의 의도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북한은 경제, 외교, 국방, 법집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쌍방은 외교, 법 집행, 군대 등 분야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 측은 조선 측과 발전 전략의 연계를 강화하고,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보건 등 분야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여 양국 인민에게 더욱 큰 복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으로 "쌍방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 민항 항공편과 국제 여객열차의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왕래를 확대하고 상호 방문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양국 간 교역뿐 아니라 인적 교류도 다방면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대북 제재의 눈치를 봐온 중국은 북한으로 반입되는 물자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북한은 중국의 투자뿐 아니라 관료를 비롯해 인적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시 주석은 국방 분야에서 협력을 언급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는 둥쥔 중국 국방부장과 북한의 노광철 국방상이 배석함으로써 양국 간 군사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중 양국이 고위급 군 인사 교류 뿐 아니라 북한의 원산항 등에서 북중러 3국군이 합동으로 군사연습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이 최근 일본에 대해 군국주의라고 비난하고 있고, 북한도 이런 주장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대일본 견제와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항하기 위해 실질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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