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 대학 교육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명문 대학 재단들에 막대한 돈방석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 기업에 초기 투자했던 미국 명문대 대학 기금들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둘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수주일 내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뉴욕 증시 상장은 미 대학 재단 역사상 가장 큰 재정적 대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스페이스X는 주당 135달러에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약 1조7700억달러(약 2686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2년 12월 기준 1400억달러 수준이던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과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위를 가진 머스크는 평소 "대학은 과대평가됐다"며 학벌 무용론을 주장해 왔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에게는 전기기사와 배관공, 목수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학 전공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성공을 위해 4년제 대학 학위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작 미국 대학 재단들은 머스크의 핵심 사업인 스페이스X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일부 대학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분산 투자 원칙을 깨뜨릴 정도로 스페이스X에 대규모 자산을 집중한 상태다. 많은 대학이 전체 기금의 한 자릿수 초반 퍼센트(%)를 스페이스X에 투자한 반면, 몇몇 대학은 기금의 10% 이상을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오는 6월 30일 미 대학 재단들의 회기 연도 마감을 앞두고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이들 대학의 자산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게 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 신문은 스페이스X 상장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대학교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대(UNC) 계열을 주목했다.
134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운영하는 워싱턴대는 스페이스X가 기금 내에서 10% 중반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대는 지난 2018년 투자자문회사 바이캐피털 등과 함께 스페이스X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이후, 여러 자산운용사를 통해 꾸준히 노출도를 넓혀왔다. 스콧 윌슨 워싱턴대 재단 이사장은 "모든 공동 투자가 이 정도로 커지기를 바라지만, 이 정도로 오랜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고 스페이스X를 평가했다.
자산 규모 150억달러인 UNC 재단도 전체 기금의 약 10%가 스페이스X에 묶여 있다. UNC는 스페이스X의 극초기 투자자인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를 통해 일찍이 기회를 잡았다. UNC 측은 자산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25년말 세컨더리 마켓(구주 유통시장)을 통해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막대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477억달러(약 72조원)의 거대 기금을 보유한 스탠퍼드대학교 또한 파운더스 펀드의 2008년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세쿼이아 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 스라이브 캐피털 등 거대 벤처자본(VC)과 헤지펀드 다사나 등을 통해 스페이스X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저널은 스페이스X가 이처럼 대학 재단들의 '효자 자산'이 된 배경에는 2002년 창립 이후 수십년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키워왔기 때문으로 단순한 로켓 발사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위성 인터넷(스타링크), 소셜미디어 플랫폼, 그리고 우주 궤도 데이터 센터를 계획하는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진화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장 대박이 대학 재단에 무조건적인 축복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UNC 재단 등은 상장 이후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헤징(위험회피)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대학 재단 관계자는 스페이스X 수준의 기업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고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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