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속보치보다 높은 1.8% 성장
미래 동력 확보 못하면 지속 어려워
한국은행은 9일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1%p 높은 1.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는데, 확정치는 그보다도 높아졌다. 지난해 1·4분기 -0.2%의 역성장 이후 2·4분기 0.6%, 3·4분기 1.4%로 회복세를 보이다가 4·4분기 다시 -0.1%로 주춤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반등은 의미가 크다. 명목 GDP 증가율은 10.5%로 5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분기보다 9.2% 늘었다. 가계의 실질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산업의 호황이 한국 경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스 최고경영자는 FT에 "수입 에너지 의존도와 높은 물가, 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에도 성장엔진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는 주력 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장의 그늘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12.9%에 달했다. 수출가격 상승이 명목 지표를 끌어올리는 동안 기업의 원가 부담과 체감물가 압력도 커졌다는 뜻이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이 오른 수입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내수 물가로 전가될 수 있다.
FT에서 인용한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의 지적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장의 한계를 짚는 경고다. 더욱이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호황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계·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여러 산업에서 경쟁 우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제는 분명하다. 개선된 가계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도록 내수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바이오·소프트웨어·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을 키워 성장의 축을 다변화해야 한다. 두 번째 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 회복 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이번 반등이 일시적 호황으로 끝날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이 될지는 결국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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