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달리는 수출 앞길 막는 美301조·EU 철강관세·탄소비용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0 18:47

수정 2026.06.10 18:46

수출기업 '통상 3중고' 비상
美, 12.5% 관세 부과 계획
EU, 철강 관세 50%로 인상
탄소 무역장벽도 본격 가동

달리는 수출 앞길 막는 美301조·EU 철강관세·탄소비용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은 달리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전선에는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겹치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이 '통상 3중고'에 직면했다. 관세·쿼터·탄소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가격경쟁력과 시장 접근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산업통상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과 EU, 영국 등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와 수입쿼터, 탄소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과거 보호무역이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강제노동, 공급과잉, 탄소배출 등을 앞세워 규제 수단이 복합화되는 추세다.



가장 먼저 압박이 현실화된 곳은 미국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에 12.5% 관세부과 계획을 밝혔다. 연이어 과잉생산에 대한 301조 조사 결과 발표도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가 강제노동과 공급망, 자국 기업 차별 이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철강쿼터가 수출길을 좁히고 있다. EU는 다음 달 1일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를 기존 연 3500만t에서 1830만t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50%로 올린다. 한국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EU는 한국 철강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다.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까지 수입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국가별 쿼터 배분 과정에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EU가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만큼 무관세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통상장벽이 관세와 쿼터를 넘어 탄소비용과 산업정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부터 EU CBAM이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가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을 대상으로 한 탄소규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EU의 CBAM 시행이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역내 무상할당률이 2034년 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될 경우 한국의 대EU 수출가격은 최대 18.2% 상승하고 수출물량은 최대 17.9%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관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존 CBAM 기초 품목뿐만 아니라 다운스트림 제품으로까지 CBAM 영향이 확대돼 수출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EU의 역내 무상할당률 축소가 필연적으로 역외국가의 탄소비용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밀도 있는 저탄소 공급망 구축과 체계적 대응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관세와 쿼터, 탄소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은 가격부담과 물량제한, 탄소비용 증가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더라도 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글로벌 관세장벽 확산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군이 반복적으로 정책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나 미국 산업·소비자에 부정적 충격이 클 수 있는 분야를 발굴, 면제를 이끌어내거나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관세장벽이 강화되는 국제 통상환경은 한국에 단순한 대응 수준을 넘어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해야 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