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전북 지역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두고 온라인 공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 관리 부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들의 대거 휴직 현상이 지목되면서다.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선거철 격무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 휴직"이라는 날 선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논란은 '교사 등 공무원에 대한 혐오'와 '육아휴직 갈라치기'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엇갈리는 여론… "도피성 악용" vs "정당한 권리이자 현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공무원의 육아휴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중앙선관위의 육아휴직이 유독 선거가 있는 해에 몰린다고 한다"며 "육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싫어서 육아휴직을 쓴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초·중·고 교사들 중에서도 담임을 맡지 않기 위해 겨울방학 직전에 육아휴직을 냈다가, 학급 편성이 끝난 뒤 복직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일선 교사들의 악용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다양한 댓글이 이어지며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각자의 직군에서 겪은 유사한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군대도 마찬가지다. 군 간부들도 부대 평가나 대형 훈련, 검열, 감사 등 중요한 업무가 다가오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인원이 많다"고 동조했다. 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일부 누리꾼의 "선거철에 맞춰 임신해 육아휴직을 받는 것을 어떻게 막겠냐"는 식의 댓글이 적지 않았는데 이는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은 임신 시점과 무관하게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자녀 1명당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분할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워킹맘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실제 현실을 짚기도 했다. 그는 "보통 직장인들은 아이가 어릴 때 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기다가도,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 휴직을 많이 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하교 시간이 훨씬 빨라 손길이 제법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초등교사는 "과거 일부 사례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재는 학기 중에 휴직했다가 방학 때만 복직해 급여를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방학 중 복직 신청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 상태"라고 항변했다.
'선거철 휴직 증가' 실태와 선관위의 해명
선관위 직원들의 선거철 육아휴직 사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실(국민의힘)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5월 기준 휴직자는 181명으로 전체 정원(3034명)의 약 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148명)과 비교해 5개월 새 22%가량 늘어난 수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에도 직원 179명이 휴직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선거가 없던 2021년 2월 84명이던 휴직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2022년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선거 업무를 피하려고 육아휴직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선관위 측은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구조와 양육 시기 등 생애주기 특성상 특정 직급(6~7급)에 육아휴직자가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 선관위 내 핵심 실무층의 연령대가 마침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등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취지다.
공공과 민간의 제도적 격차가 낳은 씁쓸한 단면
한편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한 권리임에도 공무원의 휴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이토록 싸늘한 배경에는 '공공과 민간의 심각한 제도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무원들에 비해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이 공무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특권'이나 '도피'로 오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일반 민간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관 종사자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정부기관이 78.6%로 가장 높았고, 공공기관이 61.7%, 민간 대기업이 56.1%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민간 소기업은 29.0%, 5인 미만 개인사업장은 10.2%에 그쳐, 사업장 규모에 따른 격차가 최대 7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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