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잠실에 모인 미래 유권자들의 외침 "참정권 침해 안돼"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1 19:39

수정 2026.06.11 19:38

올림픽공원 집회 일주일째
투표권 없는 10대 참가도 늘어
"공정한 선거·수개표" 한목소리
자원봉사 나온 20대 송파 주민
"정치적인 분위기로 변질" 우려

11일 평일 참가자가 많이 모이지 않을 시간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연인 손을 잡고 집회 현장을 찾은 장성훈씨와 고은하씨. 사진=김예지 기자
11일 평일 참가자가 많이 모이지 않을 시간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연인 손을 잡고 집회 현장을 찾은 장성훈씨와 고은하씨. 사진=김예지 기자
"저는 어떠한 정치 성향과도 상관이 없어요. 아직 투표권도 없지만 제가 살아갈 나라에서 참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도 빠지고 나왔습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 집회가 7일째 이어진 11일.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보다 참정권 침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정오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게이트 앞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인파는 계속 늘어났고 자원봉사자들은 물과 간식 등 각종 물품을 나눴다.

임신부와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부모, 연인, 반차를 내고 온 직장인, 반려견에게 태극기를 둘러준 견주들도 눈에 띄었다. 아기띠에 신생아를 안은 채 태극기를 흔드는 참가자도 있었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현장에는 약 1만2000명이 모였다.

특히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생 윤해원양(17)은 "아직 미성년자라 투표권은 없지만 앞으로 사회 구성원이 될 나라에서 참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껴 나왔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기 전 어머니와 함께 현장을 찾은 이모양(14)도 "미래에 투표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정한 선거와 수개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개표소 주변 집회를 특정 진영의 목소리로 해석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평일 낮 취약 시간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는 장성훈씨(31)와 고은하씨(31)는 "좌우 이념 차이와 상관없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며 "정치 세력과 연결짓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참정권 침해 실태에 함께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송파구 주민으로 자원봉사에 참여 중인 이채빈씨(24)는 "초반에 비해 현장 분위기가 많이 변질됐다고 느낄 때도 있다"면서도 "이건 좌파·우파 문제가 아니라 참정권 문제로 나온 것인데 한쪽 정치 성향의 집회로만 비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씨는 현장 분위기와 집회의 취지가 잘못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법원의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검증에서 핵심 증거물로 지목된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반차를 쓰고 현장에 나왔다는 홍모씨(25)는 "주변에서도 이번 사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분노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며 "정부가 선관위 부실·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에 대해 정확히 규명하고 선관위를 대상으로 특검을 실시하는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의 업무 차질도 커지고 있다.
이날 체육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출입과 업무만은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제대회 준비 장비와 각종 행정·회계 업무 물품이 경기장 내부에 있어 선수 관리와 대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들은 "현장에는 순수하게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많다"며 참가자들에 대한 고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