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맥 4잔 원샷, 팀장님이 둘이서 노래방 가자고"…숨진 女소방관 약혼자가 공개한 카톡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2 08:02

수정 2026.06.12 10:07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소방본부 소속 여성 소방공무원이 생전 약혼자에게 음주 회식을 토로하며 보낸 메시지 /사진=뉴스1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소방본부 소속 여성 소방공무원이 생전 약혼자에게 음주 회식을 토로하며 보낸 메시지 /사진=뉴스1

숨진 광주 소방공무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사진=연합뉴스
숨진 광주 소방공무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20대 여성 소방관이 조직 내 과도한 음주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의 약혼자가 생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생 마감한 광주 소방공무원 진상 규명 촉구

11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조는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월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소방본부 소속 여성 소방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은 고인이 과도한 회식과 음주 문화,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와 유족에 따르면 입직 4년 차였던 A씨는 지난 2024년 8월 새로운 팀장이 부임한 뒤, 음주 회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고인의 약혼자 B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는 "여기 미쳤어. 술을 너무 빨리 마셔. 오자마자 소맥 4잔 원샷"이라며 당시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와 "(남자) 팀장님이랑 둘이 노래방을 가야 할 것 같다"는 상사의 무리한 요구에 난처해하는 고인의 대화가 담겨있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전혀 술도 못하는 사람이 회식에 빠지면 밉보일까 봐 어쩔 수 없이 갔다"며 "집에 오면 수 차례 구토를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취해서 왔다"고 전했다.

광주소방본부 '사망 면직서' 작성... 약혼자가 재조사 요구

B씨는 광주소방본부가 A씨의 사망 이후 작성한 '사망 면직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공문에는 고인의 사적인 심리 상담 내용을 인용하며 '남자친구와 관계 어려움 호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본부 측은 유가족에게 이러한 내용이 공문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B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아채고 공문 수정과 재조사를 요구하자 재조사하겠다는 공문을 배포했으나 A씨가 당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찰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유가족은 광주소방본부 측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자 소방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현재 소방청이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관련 기사를 링크하고 "아직도 이런 구태 공직자들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회식, 음주 강요 등 소방관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물론 감찰 조사 요청 묵살 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하되 조사 주체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소방청이 아닌 국무조정실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조사 결과 음주 강요, 감찰 조사 요구 묵살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에 민사 손해배상 후 구상 청구까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해서 다시는 이 나라에서 회식 음주 강요 같은 직장 내 악성 갑질이나 부정부패 은폐·묵살은 꿈도 꿀 수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