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천명(知天命). 50세에 이르면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와 나에게 주어진 본분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초고령 세상의 이치와, 이를 살아가는 개인, 기업, 정부 각자의 본분은 무엇일까?
50년간 노년학을 연구한 대학 USC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미국 사립 명문 대학이다. 올해 2월 방문 당시, 14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총장이 선출되기도 했다. 17개의 단과대학 중에 노년학 대학이 있다.'노년학(Gerontology)'은 인간 노화의 생물학적, 인지적,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을 다학제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세계 최초 노년학 박사를 배출한 USC 노년학 대학은 2025년에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년학 전문 연구교육 기관이다.
작년에 이곳에서 '고령친화 주거환경 개선' 전문과정을 공부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온라인으로 지구 반대편 강의를 들었다. 북미의 건축가,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옴부즈맨 등 23명이 동기였다. 노년학 연구 반세기의 통찰력이 가득한 커리큘럼은 놀라웠다. 안전바 설치와 같은, 단순한 노인 집수리 팁만이 아니었다.
고령 소비자의 위험 요소, 고령자와의 소통 기술, 전문가로서 고령 고객을 상대할 때의 윤리적 쟁점과 의사결정 기준, 고령 약자의 주택개조 자금 마련을 돕는 민관 금융지원 연계, 지역내 마을 공동체 협력 등의 사례와 실행안들이 더없이 잘 축적되어 있었다. 고령자의 니즈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다학제적 구성이 돋보였다.
50년 연속 참가기업을 보유한 시니어 박람회 H.C.R.
박람회는 학문적 통찰과 산업적 실천이 만나는 곳이다. H.C.R.(International Home Care & Rehabilitation Exhibition)은 동경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고(最古)이자 최대 시니어 박람회다. 많은 고령자는 후천적으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장애인 박람회도 함께 열린다. 매년 가을에 일본 전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10만명이 넘게 다녀간다.
매년 이 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 '고령자와 장애인이 주인'인 행사라는 점이다. 기업인과 제품 잔치가 아니다. 내 고민을 해결해주는, 내게 맞는 제품을 직접 찾으려는 후기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 고객들이 현장에 가득하다. 수십년간 고령자의 불편과 니즈에 몰두한 전문기업들이 이들을 살뜰히 대한다. 약자인 고객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몸소 체험하기 쉽도록, 전시공간이 널찍하고 바닥에 단차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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