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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조 KDDX '보안감점' 법정 공방 2라운드…닻 올린 '日 해양방산 글로벌 확장' 경계해야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2 12:56

수정 2026.06.12 19:01

법원 가처분 기각에 HD현대중 즉시 항고, 방사청은 "7월 말 계약 추진" 충돌 양상  
수주 가른 0.6점 싸움에 해군 전력화 지연 우려, 진흙탕 싸움에 K-방산 경쟁력 침해   
필리핀·호주로 보폭 넓히는 日 방산, 국내 조선 양사 '원팀' 시너지 해법은 어디에  

HD현대중공업이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방위사업청과 해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DDX 기본설계 종료식을 가졌다고 지난 2023년 12월 27일 밝혔다. 사진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이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방위사업청과 해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DDX 기본설계 종료식을 가졌다고 지난 2023년 12월 27일 밝혔다. 사진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산 기술로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다시 한번 법정 공방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방위사업청의 보안감점 조치에 불복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즉시 항고장을 제출하면서, 한화오션과의 수주전은 안개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과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주변국인 일본이 북미와 동남아 해양 방산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무섭게 부상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의 장기화된 소모전이 K-방산의 글로벌 골든타임을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락 가른 0.58점의 전쟁… HD현대중 항고에 방사청 "절차대로 진행"
12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보안감점 조치를 막아달라며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되자 이에 불복하고 전날(11일) 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법리 다툼은 장기전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단연 '보안감점'이다. 과거 임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유죄 판결로 인해 적용된 1.2점의 감점 조치가 이번 KDDX 제안서 평가의 향방을 완전히 가르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방사청이 최근 양사에 통보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을 획득해 두 회사의 점수 차이는 불과 0.5867점에 불과하다.

HD현대중공업이 순수 기술 평가 점수에서는 한화오션을 앞섰으나, 1점 이상의 보안감점 벽을 넘지 못하면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 고지를 선점하게 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감점 연장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항변하는 반면, 방사청은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바탕으로 향후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이르면 7월 말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력화 일정의 차질 우려도 나온다.

■안방서 발 묶인 K-조선… 필리핀·호주 무대 침투하는 '일본 방산'의 공습
국내 해양방산 양강이 법정 공방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는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평화헌법 체제 아래 방산 수출이 제한됐던 일본 정부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전격 완화하면서, 오랜 기간 다져온 특유의 민간 고조선 기술력을 군함 수출 시장으로 빠르게 전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방 안보 싱크탱크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산 군함의 수주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필리핀은 그간 한국형 호위함과 연안경비함의 핵심 수출 점령지였으나, 최근 해양 안보 위협 속에서 일본의 차세대 호위함 도입을 진지하게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역시 차세대 호위함 도입 사업에서 일본의 3,000t급 '모가미급 호위함'을 유력한 최종 후보군으로 저울질하고 있어 한일 간 함정 수주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미 해군의 함정 MRO 물량 확보를 두고 국내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사이, 일본은 사세보와 요코스카 등 미 해군 기지와의 탁월한 지리적 접근성을 무기로 전방위적 수주 공세를 펴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모두 갖춘 일본이 해양 방산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던 K-방산의 영토를 위협하는 '어부지리' 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소모적 진흙탕 싸움 멈춰야"… 국방 싱크탱크 일제히 '원팀 시너지' 주문
산업연구원(KIET)을 비롯한 국내 외교안보 전문 연구기관들은 보고서를 통해 "함정 수주전이 매번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악순환은 해외 발주국에 한국 방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사법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방싸움에 매몰되어 글로벌 시장의 대전환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이제 방위사업청 등 안보 당국이 명확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보안 사고에 대한 엄격한 제재 조치는 투명하게 집행하되, 입찰 시스템의 모호성을 극대화해 사법 리스크가 국책 사업 전체를 흔드는 구조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방 전문 연구위원들은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해양 군사력 팽창과 방산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간의 '제살깎아먹기'식 소송전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상함 건조 능력과 잠수함 기술력, 전투체계 통합 역량 등 각 사가 가진 특화된 강점을 결합해 해외 시장에서는 대승적인 'K-방산 원팀'으로 시너지를 내야만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과 글로벌 방산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모가미급 호위함의 성능 향상형 상상도 △전장 133m △전폭 16.3m △배수량 3900t(만재 5500t) △추진체계 CODAG 방식(Rolls-Royce MT30 가스터빈 1기 + MAN 12V28/33D STC 디젤엔진 2기) △최고속력 30노트 이상 △무장 127mm Mk.45 함포, Mk.41 VLS(16→32셀로 확장), 17식 함대함 유도탄, SeaRAM 등 △승조원 약 90명 내외. 미쓰비시 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모가미급 호위함의 성능 향상형 상상도 △전장 133m △전폭 16.3m △배수량 3900t(만재 5500t) △추진체계 CODAG 방식(Rolls-Royce MT30 가스터빈 1기 + MAN 12V28/33D STC 디젤엔진 2기) △최고속력 30노트 이상 △무장 127mm Mk.45 함포, Mk.41 VLS(16→32셀로 확장), 17식 함대함 유도탄, SeaRAM 등 △승조원 약 90명 내외. 미쓰비시 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