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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중앙은행 다시 '긴축 모드' 중동發 인플레 공포 확산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2 14:42

수정 2026.06.12 14:41

ECB 3년 만에 금리 인상
BOJ도 추가 인상 예고
"물가 잡기 우선" 글로벌 통화정책 대전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출처=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보도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논의하던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불과 수개월 만에 긴축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치금 금리를 연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의 금리 인상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ECB는 지난해 6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이후 최근까지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왔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우려가 확대되면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견에서 "중동 분쟁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고 있다"며 "여러 경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CB는 이날 2026년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행(BOJ)도 오는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이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 상승세와 엔화 약세를 고려해 긴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매파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이미 통계로 확인된다. SMBC닛코증권이 전 세계 88개 중앙은행을 조사한 결과 지난 4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중앙은행 수가 금리를 인하한 중앙은행 수를 넘어섰다. 금리 인상 국가가 인하 국가를 웃돈 것은 202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방향을 바꾼 배경에는 예상보다 광범위한 공급망 충격이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알루미늄, 비료, 화학제품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아이다 바체 총재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수익 증가와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2021~2022년의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 연준과 ECB는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했다가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야 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일부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쏠리고 있다. 헤지펀드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BOJ가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유지할 경우 엔화 가치 하락을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 역시 추가 긴축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헤지펀드 포인트72의 조런 라데는 "ECB는 최소 2~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방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과도한 긴축은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국면에 진입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흥국 자금 유출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