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불을 끈 뒤 구호 조치 없이 방치
피해자는 전신 화상 입고 사망
법원 "비난 가능성 높고 잔혹"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최경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75)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자택 거실에서 아내와 경제적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방에 보관 중이던 가연성 물질인 시너 1통(약 1ℓ)을 아내에게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와 술을 마시며 싸우던 중 "그냥 같이 죽고 치우자"라는 말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인 아내는 얼굴, 목, 가슴, 배, 등, 팔, 허벅지 등 신체 전반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건 발생일로부터 9일 만에 전신성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최씨는 피해자의 몸에 붙은 불을 끈 후에도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그를 병원에 후송하지 않고 딸과 사위, 지인들이 범행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피해자를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전신 화상을 입은 시점으로부터 2시간 이상 지난 후에야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피해자와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다가 그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러 특수폭행죄로 지난 2023년 3월경 서울북부지검에서 가정법원 송치 처분을 받는 등 이전부터 가정폭력을 수차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비난 가능성이 높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단지 부부싸움을 하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배우자인 피해자를 살해했다"면서 "범행동기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 시너를 뿌려 전신에 불이 붙게 함으로써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가하여 살해한 것이므로 범행 수법도 매우 잔혹하다"면서 "계속 진술을 번복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이 다소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범행 직후 곧바로 피해자 몸에 붙은 불을 끈 것으로 보이는 점, 만 75세로 고령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중형이 선고되는 만큼 출소 후 재범 방지를 위해 별도의 부착 명령까지 할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부착명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최씨 측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만취 상태였고 오랫동안 공황 장애로 치료받으면서 오랜 시간 부부 갈등 끝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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