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없었지만 전술적 가치는 만점… 상대 수비라인 끌어내려 중원 숨통 틔운 '공로자'
홍명보 "찬스 놓친 건 중요치 않아, 완벽한 에이스"
체코 감독 "손흥민 막기엔 역부족" 혀 내둘러
체코 언론 "손흥민 무려 세배나 많은 패스 기회 창출, 위협적"
[파이낸셜뉴스] 월드컵 통산 4호 골이라는 역사적인 대기록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공격포인트가 없었다고 해서 그가 그라운드에서 뿜어낸 영향력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체코전 직후 일부에서 제기된 '캡틴' 손흥민(LAFC)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얼마나 단편적이고 섣부른 것인지, 사령탑 홍명보 감독과 심지어 적장의 입을 통해 증명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후반 24분 오현규와 교체될 때까지 69분간 쉴 새 없이 체코의 진영을 흔들었다.
경기 후 일각에서는 에이스의 득점 침묵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전혀 달랐다.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장신 군단인 체코의 수비진을 달고 다녔고, 특유의 파괴적인 스프린트로 상대의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괴했다.
홍명보 감독은 캡틴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방패로 삼았다. 홍 감독은 "이런 묵직한 경기에 당연히 최우선으로 나서야 하는 핵심 선수"라며 "주장으로서 벤치가 요구한 전술적 움직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찬스를 아쉽게 놓친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그의 감각을 믿기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진가를 뼈저리게 체감한 것은 상대인 체코 벤치였다.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은 경기 직후 손흥민의 이름 석 자를 콕 집어 언급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손흥민은 끊임없이 깊숙한 공간으로 침투하며 우리를 괴롭혔다. 그를 막기 위해 수비 전술의 초점을 맞추고 극도로 신경을 썼음에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적장의 고백처럼, 체코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함부로 라인을 올리지 못하며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체코 현지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체코 공영방송 'CT스포르트'는 "손흥민은 우리 팀의 주포 파트리크 시크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패스 기회를 창출하며 치명적인 지역으로 침투했다. 코바르 골키퍼의 선방 쇼가 아니었다면 대량 실점의 굴욕을 맛봤을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일각의 아쉬움은 손흥민이라는 이름값에 걸린 국가적인 기대치가 너무나 거대한 탓에 파생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엇갈린 시선 속에서도 손흥민은 묵묵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만을 남긴 채 묵묵히 버스에 올랐다. 변명이나 설명은 필요 없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궂은일을 도맡으며 팀의 승리를 향해 온몸을 내던진 69분. 그 침묵 속에 담긴 주장의 헌신이야말로, 1차전 승리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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