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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 아빠, 제발 가게 한 달 더 닫으소"… 월드컵 결승골 뒤에 숨은 뭉클한 뚝배기 사랑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3 08:00

수정 2026.06.13 08:00

남양주 호평동 추어탕집에 걸린 결연한 현수막
"6월 30일까지 월드컵 응원 다녀오겠습니다"
이웃 상인들 "오래오래 휴업하시길" 뭉클한 응원

12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오현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추어탕 가게에 휴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1
12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오현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추어탕 가게에 휴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자식을 향한 대한민국 4050 가장들의 마음은 그라운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늘 애틋하고 먹먹하다. 고사리 같은 발로 축구공을 쫓아다니던 어린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월드컵 무대에서 짜릿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숨 막히는 환희의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생업마저 과감히 뒤로한 한 아버지의 묵묵한 헌신이 축구 팬들의 가슴을 진하게 울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오현규(베식타시)가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2-1 승리를 이끄는 기적 같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자, 그의 고향인 경기 남양주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곳은 남양주시 호평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추어탕 식당이다.

이곳은 바로 오현규의 아버지가 땀 흘려 운영하는 일터다. 하지만 현재 이 식당의 셔터는 굳게 내려져 있다. 가게 전면에는 "6월 8일부터 30일까지 월드컵 응원을 갑니다. 헛걸음하게 해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들의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두 눈에 직접 담고, 목 터져라 응원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머나먼 멕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이웃 주민들이 전하는 오현규 아버지의 모습은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묵묵한 아버지 그 자체였다. 평소 이웃들에게 아들이 국가대표라는 사실을 먼저 나서서 자랑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가게 한쪽에 아들의 사진을 조용히 걸어두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자식 사랑을 내비칠 뿐이었다.

이웃 상인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번졌다. 평소 오현규가 아버지의 가게를 종종 찾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는 인근 막국수집 사장 강진섭 씨는 벅찬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강 씨는 "남양주에서 자란 우리 현규가 월드컵에서 골을 넣다니 지역 주민으로서 이보다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결승골이 터진 직후 현규 아버지에게 곧바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대표팀이 계속 승승장구해서 현규 아버지가 한 달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 가게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고 훈훈한 덕담을 건넸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남양주 와부읍에서 태어나 마석초등학교를 거쳐 축구 명문 매탄중과 매탄고에서 기량을 꽃피운 오현규. 치열한 승부의 세계 이면에는 언제나 선수를 길러낸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과 피땀이 존재한다.
생업의 문을 걸어 잠그고 멕시코의 뙤약볕 아래로 달려간 아버지의 든든한 등대 불빛이 있었기에, 태극마크를 단 오현규의 발끝은 그 어느 때보다 거침없이 빛날 수 있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