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제재 해제, 핵 프로그램 중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해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충돌 격화 직전 카타르·파키스탄의 필사적인 중재·설득이 전환점 됐다
양국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계기는 지난 9일 오전 1시쯤(현지시간0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미 육군 아파치 헬기의 추락 사건이었다.
당시 헬기는 상선들에 대한 이란의 위협 요소를 탐지하기 위해 밤하늘을 정찰하던 중, 바로 눈앞에서 드론이 폭발했다.
이때 드론의 적외선 유도 장치가 조종사 중 한 명의 무릎 위로 떨어지면서 그의 비행복 일부를 태웠고, 드론 잔해는 헬기 내부에 박혔다.
이들은 2시간 동안 물에 떠 있다가 원격조종 무인 보트(해상 드론)에 의해 구조됐다.
이튿날 새벽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방공·레이더 시스템을 타격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요르단과 바레인,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거점을 공격했다.
이에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외교관들을 긴급히 투입해 중재 노력을 시작했다.
10일 카타르 대표단은 테헤란 방문을 마치고 평화 합의 초안에 대한 새로운 문구를 가져왔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 시점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국면의 전환점이 됐다고 WSJ에 전했다.
파키스탄 관리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가 임박했다고 설득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저녁으로 예정됐던 사흘째 공습을 취소했다.
공습이 취소되자 미국과 이란에서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메시지와 양국의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상반된 메시지가 뒤섞여 나왔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는 내일(14일) 서명될 예정"이라며 "서명 이후 즉시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 국영 통신 IRNA 등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해각서 서명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내일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며칠 안에 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결 자금·호르무즈 등 양국 입장차 여전…국내 강경파 반발도 관건
카타르 당국자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동결 자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근본적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시설을 폐쇄하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의 대리 세력 지원을 중단해야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관계자들은 이란이 먼저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문 문구가 유출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좌절감을 느끼고 이를 반박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 양국의 국내 강경파 반발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2015년 이끌어 낸 이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보다 더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양국 간의 근본적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페르시아만 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케이틀린 탈마지 교수는 "이번 합의가 결국 매파들이 JCPOA를 비판했던 것과 동일한 약점들을 많이 안고 끝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WSJ도 "이란이 서명할 의사가 있는 어떤 합의도 국내 정치적으로 승리로 포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또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위시한 강경파 반발이 최종 합의 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미국의 선행 양보 없이 핵 프로그램을 먼저 제한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종전이 성사된 후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시간 벌기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윌리엄 웩슬러는 "이란이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이는 이란의 이익에 부합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패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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