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처리방식 미룬 채 임시휴전설
美 '호르무즈'·이란 '경제' 숨통
60일 내 비핵화 로드맵 마련 중요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공세 변수
■조급한 트럼프, 전자서명 배경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명 방식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정 문제다. 트럼프가 15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며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부통령이 국내에 남는 것이 미국 정치권의 오랜 관례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읽는다. 협상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이 형식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이 폐기한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강하게 비판하며 더 강력한 합의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MOU는 완성된 비핵화 합의라기보다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치적 틀에 가깝다.
트럼프가 서명 예고글에서 비핵화보다 호르무즈해협 즉각 개방을 먼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봉쇄 장기화 시 글로벌 원유시장이 '레드존'(위험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 문제보다 당장 유가 안정과 해협 정상화가 더 시급한 일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초기 요구보다 현실적인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HEU의 즉각 반출과 핵시설 해체, 강도 높은 국제 검증을 요구해 왔지만 현재 알려진 협상안에는 이런 사안들이 후속 협상 의제로 남아 있다.
■비긴 전쟁? '두달만 좀 쉬자'
현재 알려진 협상안이 체결되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국제유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이란 역시 제한적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접근 확대 가능성을 확보하며 경제적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 전쟁 장기화와 제재로 심각한 외환 부족과 전력난에 시달려 온 이란으로서는 이 점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문제는 가장 어려운 의제들은 모두 뒤로 밀려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무기급 직전 수준인 60%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자국 영토 내 관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범위와 검증 방식 역시 양측의 입장 차가 큰 사안이다.
트럼프는 "적절한 시점에 핵 먼지를 확보해 희석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 내 반출을 고수하다 이란에서 폐기해도 무방하다는 식으로 선회했다. 향후 60일 동안 어떤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되느냐가 이번 합의의 성패를 좌우한다.
또 다른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 역량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이 추진되는 데 우려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미·이란 간 종전협상이 속도를 내자 오히려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독자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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