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심장이다.
최근 선거 때마다 선관위의 크고 작은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2022년 대선 때도 이른바 '소쿠리 투표' 오명은 물론이고, 2025년 대선도 투표용지 외부 반출 등 부실 행태들을 지적받았다. 이뿐인가.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이 부정 승진하고, 친인척 채용비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졌다. 불과 몇 년 사이였다.
이런 작은 균열들이 모여 결국 선관위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가장 기본적인 투표용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특히 유권자를 사전에 파악하는 여러 장치를 통해 참정권 보장을 위한 각종 수단도 마련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 사태를 단순 실수·착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붕괴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선관위를 향한 국가적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선관위를 외부에서 통제할 방안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에서 모두 막혀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지만 선관위의 부실 행태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이라도 선관위 운영구조를 개혁하고,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에 선관위 대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선관위의 조직 운영과 감사체계, 위원 구성방식 등을 손질해 외부 통제책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가 공히 뜻을 모아 선관위 개혁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만큼 잃어버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선관위 대개혁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이 같은 개헌 시도를 통해 '87체제'를 끝내고 도래할 미래에 어울리는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기 위한 '개문발차' 기회로도 활용하길 바란다.
침몰하는 배를 건져내는 것은 방향을 지시하는 선장의 역할이다. 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로 침몰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정치권에 선관위 대개혁을 위한 각성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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