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전차 넘어 무인전투 플랫폼으로"
佛 유로사토리 2026서 AI 기반 무인포탑형 대드론 다층방호체계 글로벌 첫선
K2 전차·HR-셰르파·차륜형장갑차 전시
[파이낸셜뉴스] 현대로템이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방호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처음 공개한다. K2 전차 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지상무기체계 경쟁력을 입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드론 방호와 무인체계를 결합한 차세대 전장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날 현지시간부터 오는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 참가한다. 유로사토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무기·방산 전시회다. 올해는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210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현대로템은 현대위아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 통합관을 구성해 해외 군 관계자와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마케팅에 나선다.
이번 전시 주제는 '국방의 미래를 이끄는 힘(Powering the Future of Defense)'이다. 현대로템은 AI를 중심으로 무기체계, 방호 기술, 무인 플랫폼, 글로벌 파트너십을 연결해 미래 지상전의 핵심 방향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 중인 AI 기반 무인포탑형 대드론(C-UAS) 다층방호체계다. 해당 체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는 적 드론과 같은 위협체를 레이더, 정찰 드론 등 감시장비로 원거리에서 탐지한 뒤 AI 알고리즘으로 위협 수준을 실시간 분류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전파교란 방식의 소프트킬과 물리적 요격 방식의 하드킬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1차적으로는 재머를 활용해 드론의 통신·항법 체계를 무력화한다. 이후 직충돌 드론, 무인포탑 사격, 공중폭발탄, 능동방호장치(APS)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위협체를 순차적으로 차단한다. 단일 장비가 모든 위협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탐지, 식별, 교란, 요격, 최후 방어를 하나의 체계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에서 차륜형장갑차에 무인포탑형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를 장착한 모형과 운용 개념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전차, 장갑차, 무인차량 등이 실제 작전에서 대드론 전용 방호체계와 어떻게 연동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현대전에서 대드론 방호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격히 커졌다. 저가 FPV 드론이 고가 전차와 장갑차를 위협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전차의 화력과 기동력뿐 아니라 드론 공격에 대한 생존성이 수출 경쟁력의 주요 평가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수백달러 수준의 소형 드론이 수백만달러 규모의 기갑장비를 공격하는 비대칭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각국 군은 전차와 장갑차에 적용할 수 있는 다층 방호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이번 유로사토리에서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은 대드론 전용 차량이 K2 전차, 차륜형장갑차 등과 함께 기동하며 부대 단위 방호를 제공하는 운용 개념도 제시한다. 전차 한 대가 모든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보다, 방호 전용 플랫폼과 유·무인 전투체계가 함께 움직이며 전력 전체의 생존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에서 수출형 K2 전차 콘셉트 모델도 공개한다. K2 전차에는 원격무장장치(RCWS), 능동방호장치, 드론 재머 등 현대 전장에서 요구되는 장비가 적용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이를 통해 각국 운용 환경에 맞춘 성능개량 선택지를 제안할 방침이다. K2 전차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현지 생산 및 정비 협력 기반을 확보한 만큼, 향후 K2 도입국이나 잠재 고객국을 대상으로 전차와 무인체계, 대드론 방호체계를 묶은 패키지형 제안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단순히 전차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차를 중심으로 무인차량, 정찰 드론, 대드론 방호, 지휘통제체계를 함께 공급하는 통합 솔루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K2와 가장 호환성이 높은 무인 플랫폼을 함께 제안해 후속 수출 기회를 넓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유무인복합(MUM-T) 운용 체계의 미래 비전도 함께 제시한다. MUM-T는 유인 전투체계와 무인 플랫폼이 AI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연동·협업하는 개념이다. 병력 감소와 전장 위험 증가에 대응해 한 명의 운용자 또는 하나의 유인 플랫폼이 다수의 무인체계를 통제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전시품으로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SHERPA)'가 공개된다. HR-셰르파는 감시정찰 장비, 드론, 대전차미사일 등 다양한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있으며 원격조종과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정찰, 물자수송, 경계, 교전 지원 등 임무에 따라 계열화가 가능한 플랫폼이다.
현대로템은 HR-셰르파의 다양한 모델을 통해 유무인복합체계로 재편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국방 분야뿐 아니라 화재 진압용 무인소방로봇 등 민수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과 AI 기반 유무인복합 지휘통제체계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OS와 현대로템의 무인차량·로봇 플랫폼을 연동해 다수의 무인체계를 통합 제어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현대로템의 무인체계 전략은 기존의 '1인 1대 원격조종'에서 'N대M 통합제어'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차 승무원이나 지휘차량이 다목적 무인차량, 다족보행로봇, 정찰 드론 등을 동시에 통제하는 구조다. 이는 병력 절감은 물론 고위험 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AI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자율주행, 환경인식, 지능형 전장 상황인식, 다족보행로봇 기술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가지, 야지, 험지 등 복합 지형에서 무인 플랫폼이 스스로 주행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AI 학습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K2 후속 개념의 유무인복합전차 개발과도 연결된다. 유인전차가 탑재 드론, 무인차량, 다족보행로봇 등을 동시에 통제하고, 위험도가 높은 임무에서는 선택적으로 무인 운용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은 관련 핵심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며 미래 지상전력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다층방호체계 등 AI 기반 방호 솔루션 역량 확보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일 것"이라며 "인명을 보호하는 방호 및 무인화 핵심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미래 지상전력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