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일단 멈췄다…핵·이스라엘·강경파가 남은 변수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이 완전 종전을 향한 60일간의 휴전 연장에 돌입했다. 세계 원유 공급망을 위협하며 지난 4개월간 국제 정세와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동 전쟁이 일단 진정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고 레바논을 포함한 각 전선의 총성이 멎지만,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과 미·이란 강경파의 반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최종 처리라는 난제가 남아 있어 완전한 평화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60일 휴전 연장에 서명하고, 이 기간 동안 핵 협상과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전 연장을 알리며 "해협이 개방되면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석유는 그 지역(중동)과 전 세계를 위해 양방향으로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역시 "미국과의 전쟁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종전을 맞게 됐다"고 공표했다.
양측이 밝힌 것처럼 4개월 동안 이어진 무력 충돌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개방된다. 이란은 60일간의 휴전 연장 기간 동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두 가지 중요한 조치가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밝히며, 하나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분쟁 종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핵 프로그램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 문제는 60일 휴전 기간 동안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약 440㎏의 고농축 우라늄은 국외 반출 대신 이란 내에서 저농축 상태로 희석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의 원유 수출도 한시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처리 방안은 최종 종전 협상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양측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농축 권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향후 60일은 핵 프로그램의 제한 범위와 기간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협상 진전에 따라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 수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전을 보일 때마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14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드론 공격을 가한 데 대한 대응으로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센터를 공격했다. 레바논 국영 언론에 따르면 베이루트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스라엘은 레바논 어디에서도 더 이상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대해 "'나쁜 거래(bad deal)'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변수는 미국과 이란 내 강경파들의 반대다.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합의 조항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측이 합의 내용을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국회의원 카므란 가잔파리는 "우리가 승리했고 미국이 물러났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 강경 보수 성향 매체인 라자뉴스(Rajanews)의 대표이자 고(故)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처남인 메이삼 닐리는 현재 논의 중인 합의를 "재앙적인 항복"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협상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종전을 향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향후 60일간 이어질 핵 협상과 역내 정치 변수들이 중동의 완전한 평화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