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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으로도 대형 딜 가능" K바이오 기술 수출 지형 변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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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앤컴퍼니(314130),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

빅파마도 조기 파이프라인 확보 나서
전임상·1상 데이터만으로 큰 틸 가능
최근 1상과 2상의 경계도 많이 사라져

AI 이미지 생성.
AI 이미지 생성.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수출 공식이 바뀌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임상 2상이나 3상 결과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 협상이 본격화됐지만, 최근 글로벌에서는 전임상이나 임상 1상 단계에서 대형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비용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후기 임상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조기에 확보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되는 구간은 임상 3상이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개발 비용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까지 치솟는다. 실패 시 손실 규모도 막대하다.

반면 초기 단계에서 유망한 기술을 확보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시장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후기 임상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혁신 플랫폼과 신규 기전을 가진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일라이 릴리는 지난 4월 ADC를 개발하는 크로스브릿지바이오를 3억달러(약 4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서 릴리는 전임상 상태인 TROP2-타깃 TOP1i/ATRi 이중 페이로드 항체약물접합체(ADC) 'CBB-120' 등을 확보했다.

바이오엔테크도 중국 바이오테우스의 'BNT327(PD-L1×VEGF 이중항체)'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총 9억5000만달러(약 1조4400억원)를 들여 해당 기업을 인수했다.

국내 바이오업계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홍유석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혁신적인 신규 타깃과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물질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임상 진입 이후 기술이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연구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 가능성을 고려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중항체 분야도 대표적인 수혜 영역으로 꼽힌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 시장이 단일항체 중심에서 이중·다중항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면역 기전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다중항체는 기존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주한 와이바이오로직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 대형 기술거래 상당수가 이중·다중항체 플랫폼에서 나왔다"며 "이제는 임상 후기보다 기술의 혁신성과 확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다중항체 후보물질 AR166은 본격적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학회 발표 이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임상에서 완전관해와 면역기억 형성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기술 가치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환경 변화도 기술수출 시점을 앞당기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이 주목적이었다. 이후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검증하고 3상에서 최종 확인하는 단계적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적정 용량을 동시에 평가하는 통합 설계가 확산되고 있다. 환자 규모도 과거보다 커졌으며 데이터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한 유럽계 항암제 개발사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최근에는 임상 1상과 2상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며 "초기 임상에서 충분한 유효성을 확인할 경우 바로 3상으로 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이전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임상 2상 성공 여부가 기술수출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전임상과 임상 1상 데이터만으로도 수조원 규모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바이오기업의 경쟁력이 후기 임상 수행 능력보다 초기 단계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빅파마들은 개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혁신 기술을 조기에 사들이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초기 데이터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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