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손성진 칼럼

[손성진 칼럼] 투자자도 정부도 냉정할 때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식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어
큰 손실을 본 사람도 적지 않아
투기는 노동의 가치 무너뜨려
이젠 시장을 냉철하게 보아야
국민연금 이익 실현 시기 보고
정부가 '빚투' 부추기는 일 없길

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온 나라를 주식 광풍이 휩쓸고 있다. 소외받던 한국 주식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국민 대다수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짱 좋게 장기 투자한 사람들은 생애에 처음 만져보는 큰돈을 벌었을 수 있다. 그 대열에 참여하지 못한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 정부나 개인투자자들이 생각해 볼 점들이 많은 시점이 됐다.

부를 쌓을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주식 투자는 천금 같은 기회가 됐다. 평생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젊은 층은 너도나도 주식에 뛰어들었다. 벤처붐이 일었던 20여년 전과 유사하다. 일부는 성공해서 집 살 자금을 벌었을 것이다. 앞으로 그 기회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아마도 상당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본다. 한몫 보려고 베팅을 했다가 되레 나락으로 떨어진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절반을 넘는다면 주가부양 정책이 자산 확충에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었다는 말이 된다.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주식 투자를 투기와 도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빚투'나 레버리지, 미수를 겁 없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의 이런 성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큰 수익을 거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 있을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급변동하고 있다.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가 매일 번갈아 발동될 만큼 주식시장은 예측 불가의 널뛰기 장세다. 이럴 때일수록 투기꾼이 날뛰고 '모 아니면 도'라는 투기판이 된다. 투자가 투기로 변질될 때 건전한 풍토를 해치는 사회악이 된다.

투기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무너뜨린다. 하루에 수백만원의 수익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도박판에 빠지면, 직업과 노동은 무의미하게 여겨질 것이다. 고수익을 보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반갑지도 않다. 손실을 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기업이나 국가로서는 손실이다. 그 이전에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현상이 아니다.

정부도 냉정하게 장을 바라볼 시점이다. 정부가 투기를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을 정상화시켜 놓은 것은 정부의 공이다. 그러나 의도적 부양의 측면이 없지 않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허용은 시장 급등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빚투'를 하지 말라면서 한편으로 부추긴 꼴이다. 시행 시기도 너무 늦었다.

대개 새로 집권한 정부는 증시부양책을 쓴다. 주식 투자로 누구나 돈을 번다면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개인의 자산이 증가하면 소비 증대와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쁠 것이 없지는 않다. 주식시장에서 번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 안정에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예다.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원이 주택 시장에 투입됐다는 데이터가 있다.

물론 돈을 벌어 좋고 비싼 집을 사면 투자자의 이익이다. 그러나 부동산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과는 엇박자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는 어떨까.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가 오르면 투자를 하지 않은 국민들도 이익이라고 했다. 국민 전체의 노후자금으로 고갈 위기에 있는 국민연금이 투자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말하는 수익은 미실현이익, 즉 평가이익이다. 국민연금이 수익을 실현해야 실제로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국민연금이 수익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이 차익을 실현하기 시작하는 순간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처럼 현 정부도 국민연금을 주가부양과 환율안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입한도를 수십년 만에 늘렸다.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리밸런싱(매도) 시기가 큰 문제다. 조금씩 비중을 줄여야 한다. 매도를 계속 늦춘다면 다음 정권으로 폭탄 떠넘기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주가부양이 아닌 시장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급등은 언젠가 급락을 부를 수 있다. 물론 코스피지수가 1만을 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단하기 어렵다. 그런 마당에 무작정 더 오를 수 있다고 부추길 계제는 아니다. 증권·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내놓는 장밋빛 전망은 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부나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는 무책임하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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