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막는 대형 좀비기업… "지금이 선별적 퇴출 적기"
한은 한계·피해기업 분석
한계기업 자산 비중 1%p 상승시
정상기업 투자 최대 0.18%p 꺾여
25% 솎아내면 생산성 0.2% 증가
"반도체 호황 뒷받침될때 정리를"
산업 내에서 이른바 '좀비기업'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상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이 그 여파에 크게 노출됐다. 이 같은 좀비화가 경제 전체로 번지기 전 잘라내는 것 만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자산 비중이 1%p 상승시 정상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0.17~0.18%p, 고용 증가율은 0.14%~0.17%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ICR)이 1 미만인 상태가 최소 3년 이상 지속되고, 해당 조건이 5년 넘게 관측된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들 한계기업의 문제는 그 자체의 부실을 넘어 그 파급효과가 여타 정상기업과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혼잡 효과(Congestion Effect)'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낡고 무거운 차량들(한계기업)이 차선을 오래 점유하면서 전체 도로(자본·노동·신용 등 생산자원)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저생산성 기업들이 자원을 계속 점유함으로써 생산성 높은 정상기업으로 자원이 빨리 이동하지 못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계기업은 비교적 덩치가 큰 외감기업에 몰려있는데 피해는 작은 정상기업이 더 본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가운데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였는데 외감기업이 4.7%, 비외감기업은 2.3%였다. 실제 한계기업 점유율이 1%p 뛰면 하위 20%의 2년 내 투자가 0.6%p 감소했다. 40~60% 분위 기업의 투자 하락 폭(0.3%p)의 2배에 달한다. 이 차장은 "혼잡 효과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2~3년 간 지속되며, 특히 작은 비외감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정상기업으로의 부정적 효과 전이를 차단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계기업 퇴출이 필수적인 이유다. 한계기업에 묶여있던 자원이 생산적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배분 효율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25% 퇴출시 총요소생산성(TFP) 및 부가가치가 각각 0.2%, 0.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이 차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기'와 '방식'을 신경 써야 한다고 짚었다. 일단 한계기업 축출은 경기가 어려울 때 떠밀려 하는 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성장 여력이 뒷받침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솎아내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한계기업과 거래 관계가 있는 정상기업들 부실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서다. 실거래 기준은 아니지만 한계기업을 25% 털어내면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