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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휴가 신청해줘, 한마디면 끝… 한은만의 AI 직원 만들 것"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정필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
중앙은행 최초 소버린AI 개발 중
아직 문서 요약·번역 수준이지만
직원 절반 사용… 친숙해진 모습
이미지 생성 가능한 버전 곧 출시

박정필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 사진=서동일 기자
박정필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 사진=서동일 기자

"내일 반차 신청 부탁해." 직장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드문 말이다. 대개 본인이 직접 결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선 가능해질 수 있다. 검색·번역 도구를 넘어 내부시스템 업무까지 수행할 인공지능(AI) 직원 '보키(BOKI)'가 그리는 미래다.

전 세계 중앙은행 최초의 내부 소버린 AI '보키'를 맡고 있는 박정필 한은 디지털혁신실장(사진)은 15일 "한은 내부업무 전반에 쓰는 게 최종 목표"라며 "가령 '특정 날짜에 휴가를 내달라'는 요청에 대한 작업은 AI가 내부 인사시스템, 결재 절차 등에 접근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한은에선 특히 녹록지 않다. 외부 AI 없이 자체적으로 보안과 범용성이라는 배반적 요소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박 실장은 "업무 프로세스 단순화, 데이터 표준화뿐만 아니라 AI가 개입 수준을 결정할 거버넌스(관리·감독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은 내부 보고서 등에 대한 검색, 요약, 번역 등이 주요 기능이다. 지난 1월에 선보인 뒤 아직 5개월이 채 안 됐지만 낯설어하던 직원들도 많이 친숙해진 모습이다. 전체 직원 약 25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실제 사용자다.

디지털혁신실이 가장 신경 쓴 가치는 '진실성'이다. 적확성이 절대적인 중앙은행인 만큼 거짓말 방지에 애를 썼다. 근거가 없으면 무응답하는 모델까지 구상했던 이유다. 생성형 AI가 틀리거나 제한적 정보를 조합해 사실인 것처럼 구성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보키'는 늘 참고 보고서나 자료 등 출처를 제시한다. 베타테스트 진행 중인 '버전 2.0'에선 외부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한 정보까지 종합해 제공한다. '2026년 1·4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 같은 정량적 주문뿐 아니라 '신현송 총재의 기존 연구에 기반한 통화정책 방향성' 같은 요구에도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보키'가 탄생하기까지 5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시작은 2020년 6월 10년짜리 계획을 담은 'BOK 2030'이었다. 당초에는 조사·연구·정책 등에 쓸 AI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난관은 기술보다 조직에 있었다. 2021년 각 부서들에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챗GPT 등장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2023년 한은 내 데이터위원회에서 재도전에 나섰다. 필요성에 동의한 일부 임원과 부서장들이 힘을 실어준 덕에 '보키'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기술이 뛰어나도 이를 적용할 자료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만큼 사활을 걸었다.

박 실장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도 일정 시간 후엔 공개하듯 정책 결정 정보도 엠바고만 지킨다면 내부에 공유할 수 있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결국 14개 부서에서 20년 동안 축적된 내부 보고서 330만건을 디지털화할 수 있었다.

한은은 국가정보원 심의를 앞둔 버전 2.0, 이미지 생성 등 기능이 추가된 신규 모델인 3.0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목표는 전자문서중앙관리(ECM) 사업 완료다. 적용 시 예를 들어 조사국에서 발간한 'BOK 이슈노트'가 수작업 없이 '보키'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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