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지만 곳곳 '암초'…공급망 회복 석달은 걸릴듯 [美-이란 종전]
韓 선박 등 수백척 운항재개 준비
원유·LNG수송 정상화 기대 확산
美 "통행료 영구 면제" 밝혔지만
이란, 여전히 '해협 통제권' 주장
후속협상 과정서 갈등불씨 될수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타결로 넉 달째 봉쇄됐던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방 수순에 들어갔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가 다시 열리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글로벌 공급망도 정상화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다만 전쟁 기간 누적된 물류 차질과 해상안보 우려, 이란의 통제권 주장 등이 여전해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가 급락, "최악은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 호르무즈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가 궁극적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영구적 통행료 면제를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쟁 기간 해협 안팎에 묶여 있던 한국 선박 24척을 포함한 수백척의 유조선과 상선이 순차적으로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다. 원유와 LNG 수송이 재개되면 생산차질을 빚었던 걸프지역 산유국들도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유와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불안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 역시 급등했던 운임과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브렌트유 8월물은 15일 오전 배럴당 83달러대로 4%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1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 역시 5% 넘게 하락했다.
전쟁 기간 시장을 짓눌렀던 공급차질 우려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봉쇄 기간 해협 안쪽에 갇혀 있던 원유와 정제유 약 6000만배럴이 시장에 풀리고, 산유국들의 생산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
■해협 열려도 갈 길 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전쟁 이전 상태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물리적인 공급망 정상화에 시간이 필요하다.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항만 혼잡과 물류 병목, 선박 재배치 등을 고려하면 공급망이 균형을 회복하는 데 최소 60~90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동에서 아시아까지 항해에만 약 3주가 소요되는 점도 변수다.
전쟁 기간 가동을 멈춘 유전과 정유시설, LNG 수출터미널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시설은 피해 규모에 따라 수개월 이상 복구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의 해협 통제권 주장이다. 미국은 자유로운 항행 회복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해협 관리 권한이 자국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이란은 전쟁 기간 선박 심사와 통제를 강화했으며 지난 4월에는 통행 허가와 통행료 부과 등을 담은 '호르무즈해협 주권 확립법' 초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주장하는 '통행료 없는 자유 항행'과 이란이 주장하는 '관리권 행사'가 충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세계 3위 해운사 CMA CGM의 로돌프 사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의회 청문회에서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후속 협상이 결렬되거나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이란이 다시 해협 카드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