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아동의 희망, 위로와 응원 넘어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 길러주는 것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말하는 '아동 희망·웰빙'
빈곤·분쟁·기후변화·교육격차 등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힌 시대
아이들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꿈꾸는 주체'로 성장 도와야
한국월드비전·하버드대 '2026 아동 희망 증진 국제포럼'
"상호 지지적인 관계 속에 희망 싹튼다" 국제구호 현장서 확인
아동 둘러싼 인간적 연결성·정서적 변화를 과학적으로 정량화
구호사업 설계·성과 측정에 반영… "국제사회가 지속 관심을"

한국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이 '2026 아동 희망 증진 국제포럼' 둘째 날인 지난 4일 바티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한국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이 '2026 아동 희망 증진 국제포럼' 둘째 날인 지난 4일 바티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아동의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미래를 결정하는 자산입니다."

빈곤과 분쟁, 기후위기, 교육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식량과 교육, 보건 지원만이 아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미래를 상상하고 어려움을 견디며, 삶의 가능성을 회복하는 힘도 중요한 지원의 축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월드비전은 하버드대학교와 함께 바티칸 시국에서 '2026 아동 희망 증진 국제포럼'을 열고, 아동의 희망과 웰빙을 국제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호프 앤 러브 메저(Hope & Love Measure)'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아동의 희망이 가족, 친구, 교사, 지역사회와의 '사람 간 연결'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이번 포럼에 대해 15일 "아동의 생존을 넘어 희망과 전인적 번영까지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국제적 패러다임을 제시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망이 단순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라 아동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를 만들어가게 하는 실천적 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에게 이번 바티칸 국제포럼의 의미와 '아동 희망' 연구의 성과, 월드비전이 앞으로 현장 사업에서 이어갈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포럼을 통해 국제사회에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핵심 메시지는 아동의 희망이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이자, 측정하고 증진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점이다. 그 희망은 주변 사람들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즉 인간적 연결성을 통해 형성되고 강화된다. 그간 국제사회는 아동의 건강, 교육, 영양 등 눈에 보이는 지표에 집중해 왔다. 물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면의 힘 역시 중요하다. 이제는 아동의 생존을 넘어 희망과 웰빙까지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빈곤과 분쟁, 기후위기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왜 '아동의 희망'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나.

▲오늘날 아이들은 빈곤뿐 아니라 전쟁, 기후위기, 강제이주, 교육 격차,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결핍을 넘어 깊은 절망과 고립감을 안겨준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은 단순한 긍정적 감정이 아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월드비전은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희망을 가진 아이들이 더 높은 회복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지금 이 시대에 희망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보호하고 키워야 할 아동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월드비전이 말하는 아동의 희망은.

▲아동의 희망은 단순히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나 위로가 아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희망이 아동의 삶 속에서 실제로 관찰되고 증진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여러 국가의 아동들은 희망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와 교사, 친구, 지역사회 구성원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어려움을 견디며 꿈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다시 말해 희망은 아이들이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미래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실천적 힘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아동의 '희망과 사랑'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호프 앤 러브 메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아동 지원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나.

▲그간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교육 수준이나 건강 상태는 측정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의 희망과 정서적 웰빙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월드비전은 오랫동안 "아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희망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됐다. 아동의 목소리에서 출발해 희망과 사랑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아동의 성장과 웰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고자 했다. 기존 방식이 영양 상태, 입학률 등 눈에 보이는 외부적·물질적 지표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아동이 맺는 관계의 질과 내면의 영적·정서적 변화를 과학적으로 정량화해 프로그램의 실질적 질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8개국 아동 심층 인터뷰와 4600여명의 추가 검증을 거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실제 아동들이 경험하고 표현한 희망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월드비전은 8개국 아동을 직접 심층 인터뷰하며 아이들이 사랑, 관계, 미래, 희망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경청했다. 이후 4600여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진행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가진 아동들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경험과 인식을 이야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언어와 환경은 달랐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희망을 경험한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이는 희망이 특정 문화권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보편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아동의 희망은 가족, 친구, 교사, 지역사회와의 '사람 간 연결'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제구호 현장에 주는 시사점은.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아동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식량과 교육, 보건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아동의 희망이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는 국제구호와 개발사업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아동을 둘러싼 관계와 공동체를 함께 회복하고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가족, 친구, 교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아동의 성장을 지지하고 안전한 관계망을 형성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희망의 6가지 요소'는 월드비전 사업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나.

▲희망의 여섯가지 요소는 공감과 배려, 회복탄력성, 목표의식, 기쁨, 지혜, 개인적 신념이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 사업에서는 단순히 학교에 다니는지 여부를 넘어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동보호 사업에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건강한 관계 형성 능력, 어려움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월드비전은 이러한 요소들을 사업 설계와 성과 측정에 반영해 아동의 전인적 성장과 회복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포럼 성과가 실제 아동 지원 현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후속 계획은.

▲이번 포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동의 희망과 웰빙에 대한 논의를 선언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 현장의 변화로 연결하는 데 있다. 월드비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희망의 여섯가지 요소와 인간적 연결성에 대한 통찰을 교육, 아동보호, 심리정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 단계적으로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아동의 희망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측정하고 증진할 수 있는 역량으로 보고, 사업이 아동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구축된 학계, 국제기구, 종교계, 시민사회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동의 희망과 웰빙에 대한 연구와 실천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포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모든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보호 대상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해 주는 것이다. 한 아이의 가능성을 믿는 일이 결국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다. 아동의 영혼과 정서를 돌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복합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구호 활동이다. 전 세계 모든 아동이 물질적 결핍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사랑 안에서 온전한 내면의 희망을 품고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후원자 모두가 지속 가능한 관계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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