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채용에서 학력제한 철폐한 SK하이닉스의 실험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시대에 창의적 인재발굴 목적
작은 교육 혁명을 일으킬지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8일 KBS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스1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8일 KBS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스1 /사진=뉴스1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학력제한을 철폐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채용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학위 이상 지원 가능' 등 학력 자격요건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직무수행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곧 수시채용을 시작하는데 경험, 직무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이 일치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학력과 학벌을 중시한다. 좋게 보면 높은 교육열의 소산이지만 지나치게 대학 진학에 매달리는 풍토를 만들어 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고 대졸자 위주로 사람을 뽑다 보니 누구라도 4년제 대학에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1980년 11.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6.3%로 높아졌다. 미국은 60%가 조금 넘고, 독일은 50%를 상회하는 정도다. 물론 대학 졸업자와 고교 졸업자의 능력이 차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의 창의력이나 잠재력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SK하이닉스의 학력제한 철폐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결정이다. 물론 학력제한을 철폐한 채용시험을 시행한 결과에서 학력이 낮은 고졸 이하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대학 교육에서 습득한 지식의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내용이라면 고졸자나 그 이하 학력의 소유자라도 뽑힐 수 있을 것이다. 고졸자 등의 채용 비율이 극히 낮게 나올 수도 있다.

SK하이닉스의 학력제한 철폐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미래인재의 역량과도 연관이 있다. 최 회장은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적응 근육', 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공감 근육' 등 '3대 근육'을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이 말하는 역량의 조건은 학습능력보다 타고난 창의성을 중시한 것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창의성을 발굴하고 키워주기보다는 주입식 교육 위주로 돼 있는 것이다. 대입시험부터 그렇다. 교과서나 학습지를 달달 외우고 빠르게 문제 푸는 데 능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SK하이닉스가 과연 이런 풍토를 깨고 교육의 작은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선발한 결과에서 기존에 우대받던 학벌과 학력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학력제한을 폐지한 기업도 있고, 공직시험에서는 오래전에 없어지기는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학력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꾸는 것이다. 고졸·대졸 차별을 넘어 유명 대학을 나와야 대접을 해주는 그릇된 풍토다. 정부도 사회도 하지 못한 일을 기업은 해낼 수 있다. 실질적인 채용을 통해 실현하면 금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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