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 첨단산업 도움받아... 한국은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 돼야"
신기욱 스탠포드대 석좌교수, 23일 세계경제연구원 포럼 강연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한국 첨단산업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은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하고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통해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이 23일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와 한국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 포럼에 연사로 나온 신기욱 미국 스탠포드대 석좌교수가 한 말이다. 연세대 졸업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 교수는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 등을 지낸 정치사회학자이자 동북아시아 전문가이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해 "국제규범과 집단안보는 약화되고, 협력과 갈등이 사안별로 반복되는 혼돈과 각자도생의 시대"라며, "이러한 가운데 한미동맹, 북한 문제, 동북아 질서 등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후 양국 간 전략 대결과 관련해 신 교수는 "갈등 양상이 경제·기술 경쟁에 집중되면서 AI(인공지능) 기술과 인재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안미경중(安美經中) 패러다임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한국은 미·중 2강 체제에서 더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해협 긴장과 관련해 그는 "중국이 무력 침공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안 봉쇄 등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확고한 국가 안보 원칙을 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관세, 대미 투자,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동맹이 겉보기에는 비교적 양호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쌓이고 있다"며, "이를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 속에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의 대이란 공습 전쟁 종결과 관련해 "양측 간의 구체적인 협상과 합의 과정이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종전 이후 전개될 재건 사업 등 경제적 기회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입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0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재건 기금 조성 시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할 여지가 있는 만큼 주도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 교수는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러시아 및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비핵화는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며 "당장의 대화 재개보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현실적인 자주국방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한국의 첨단 기술과 문화 역량이 정점에 달했다는 '코리아 피크(Korea Peak)' 진단에 대해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과 문화의 리더였던 유럽과 일본이 어떻게 성장 동력을 잃고 쇠퇴해 갔는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글로벌 한국의 성패는 결국 인재 육성과 유치가 핵심이다."
그는 "이를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지경학적 상황에 맞는 고등교육 및 이민 정책에 대한 투자와 전략이 요구된다"며 싱가포르식 인적자원부 신설 등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