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 뜨거워도 MSCI 불발, 시장 선진화 더 고삐를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또 밀려
역외외환시장 활성화 등 과제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등재가 또다시 불발됐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연례시장 분류결과'를 통해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전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한국 증시를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 들어 코스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일었지만 시장 제도와 관행은 아직 선진국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시장 선진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 글로벌 규모와 기업 경쟁력, 증시 시가총액을 감안할 때 증시가 여전히 신흥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공매도 재개 등 여러 조치를 추진했다. 그럼에도 MSCI가 한국을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개방 수준이 미진하고, 개선책 효과 역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것이 원화의 역외거래 제한이다. 원화는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실물 인도 방식으로 자유롭게 거래되기 어렵다.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늘어났다고 해도 실제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글로벌 인덱스펀드와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환헤지와 자금 운용에 제약이 생긴다. 공매도 역시 전면 재개됐지만 새 감시체계 아래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운영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의식해 속도 조절을 해온 측면도 있는데 이를 감안해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지수 편입의 효과는 작지 않다. 지수 추종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외국인 투자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증시 변동성이 줄고 밸류에이션이 개선되는 효과도 상당하다. 상징적인 의미는 더 크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인정받게 되는 만큼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 증시가 계속 신흥국에 머무르는 것은 경제 위상과 맞지 않는 일이다. MSCI 선진국지수에는 미국·일본·영국 등 23개국이 포함돼 있는 반면, 한국은 중국·인도 등과 함께 신흥국지수에 묶여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감안하면 어색한 분류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난 1992년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뒤 번번이 선진국 진입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편입만 되면 증시 체질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기대는 곤란하다. 최근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대를 타고 과열 논란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수 편입 기대가 다시 투기적 자금 유입을 자극할 수도 있다. 신흥국지수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 이탈이 생길 수 있고, 대형주 쏠림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이유로 선진국지수 편입을 주저할 것이 아니라 시장 선진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투자 저변을 다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결국 시장 신뢰의 문제다. 정부는 속도감 있게 제도 개혁을 추진해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어렵게 활기를 찾은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지속 가능한 상승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