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고령자를 위한 변화 관리의 중요성
[파이낸셜뉴스]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 조직이 새로운 문화나 기술을 도입하고 구조를 전환할 때, 임직원이 겪는 저항을 최소화하고, 변화에 순조롭게 적응하게끔 돕는 체계적 활동이다. Aging in Place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전문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자녀나 손주가 아이폰 신제품 언박싱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세상 처음 접하는 첨단 기능이 무섭긴커녕, 설렘 가득한 두 눈이 밤새 반짝거린다. 깨알 글씨의 두꺼운 종이 매뉴얼은 애초에 필요가 없다. 능동적으로 부딪히며 직관적으로 알아간다. 제조사가 고객의 개인화를 애쓰기보다는, 소비자가 스스로의 개인화를 주도한다.
고령자는 다르다. 자식이 어버이날에 사준 최신 갤럭시 폰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폴더블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더니 무거워졌다. 바탕화면의 늘 있던 위치에서 이사간 카카오톡 앱 찾는 게 스트레스다. 수시로 뜨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알림은 피싱일까 두렵다. 전화에 카톡, 사진에 유튜브면 그만이니, 오래 써서 익숙한 구형 폰이 그립다.
기술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변화도 힘들다. 장기요양보험 4등급을 마침내 득한 어르신. 처음 만난 요양보호사와 매일 3시간을 한집에서 보내는게 영 불편하다. 그녀가 만든 음식 간이 낯설고, 청소 스타일이 내 마음같지 않다. 외로움을 해소하고 인지기능 자극에 좋다는 대화는 관점도 수준도 차이가 크다. 재가요양 센터장에게 부탁해서 몇 번이나 사람을 바꿨지만 안맞는 건 여전하다. 내 탓일까 남 탓일까. 요양보호사 한 명과 수년째 인연을 이어간다는 지인이 부럽고 신기하다.
70~80년의 삶이 축적된 고령자는 각자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단순한 고집으로 폄하되기도 하는데, 사실 그만의 성공 방정식이다. 바꾸는 걸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변화 약자(弱者)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니어용 스마트링 제품인데 왜 잘 사용하지 못하냐는 건 개발업체, 공급자 관점이다. 남들 잘 이용하는 데이케어 서비스인데 왜 안 쓰냐고 채근하는 건, 세대가 다른 중장년 자녀 입장일 뿐이다.
'개인화'가 필요하다. 고령자 개인, 한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 설명하기 전에, 왜 힘든지 뭐가 필요한지 묻고 경청부터 해야 한다. 공감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기대하시라. 고객 이해의 긴 터널을 지나면, 어르신 본인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연속 구매하는 밝은 햇빛이 찬란하다. 어르신께서 웬만해선 더 이상 묻고 따지질 않는다. 때로는 배우자나 자식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시니어 전문가에게 이젠 믿고 맡긴다.
'단기 효능감'을 체험할 수 있는, 가벼운 '징검다리' 솔루션부터 제안해보자. 욕실 낙상은 걱정되는데, 벽에 구멍 뚫고 앵커 박는 안전바는 망설이고 미루는 어르신. 이럴 땐, 욕조에 5분이면 탈부착 가능한 안전바를 우선 권하자. 바닥을 논슬립 타일로 전면 교체하는 인테리어 공사가 엄두 안 난다는 고령자. 그럴 땐, 바닥에 붙였다가 언제든 뗄 수 있는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추천하자. 막상 설치해보더니 이래서 좋구나 하신다. 다음 단계를 향한 의사결정이 한결 자신 있고 빨라진다.
Aging in Place 서비스 전문기업은 고령자의 집을 수시로 드나든다. 외출할 때면 폼나는 외제차를 타고 명품 옷으로 갈아입는 고령자가, 집밖의 남들에게는 절대 노출하지 않는, 내면의 약함을 이해할 소중한 기회를 얻는 것이다. 오랜 관계 기반의 고령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징검다리 놓듯 차근차근 다가가는 세심한 배려야말로, 고령자를 위한 변화 관리의 핵심이다.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