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전반적 경영난 살펴야
작년 한계기업 비중 무려 27.6%
자영업·소상공업도 최악의 위기
반도체 등 일부 업종 외에 다른 기업들의 경영 사정은 좋지 못하다. 관련된 통계가 30일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비중이 27.6%로 2017년보다 15.8%p 상승했다. 미국 등 다른 주요국들도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우리의 속도가 유독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강국으로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 등의 악조건 속에서 한국의 분기 성장률이 주요국 가운데 1위를 한 것도 반도체 효과다. 반도체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유럽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대외 여건의 악화로 산업계 전반으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반도체 초호황의 착시 효과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물론 반도체 산업이나마 선전하고 있는 것은 정부나 국민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지만 경영난에 빠진 다수 업종과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반도체 경기는 순환하기 마련이고 AI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순간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단기 성장률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한두 업종이 전체 경제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산업 전반의 고른 발전과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정부로서는 경제와 산업 전체를 보면서 불황에 빠진 전통적인 제조업도 옥석을 가려 도와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계기업은 조속히 정리하고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은 어떻게든 살려서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한경협이 설명했듯이 기업들 앞에 놓인 대외 여건은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에 높은 인건비와 내수 부진이 겹친 복합적 요인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니 이익률을 높일 수가 없다. 가용한 정책과 금융 지원을 동원해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해 줘야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 소상공업의 부진은 이보다 더하다. 지난 1·4분기 자영업자들의 금융권 대출잔액이 110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고, 연체율 역시 2%대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자영업은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주요국 중에서 4위권이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작지 않은 충격을 서서히 받을 것이다.
반도체 등 일부 대기업의 호황과 거액의 성과급 지급은 최저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는 당장 사업을 그만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임금을 주지 못해 실제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다. 고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본모습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전체적인 상황이 좋을 때 언젠가는 닥칠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게 유비무환의 자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