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 뒤흔드는 레버리지 ETF, 금융당국 책임 크다
출시 때부터 변동성 키울 우려 제기
과열 시 매매 제한 등 보완책 필요
금융당국이 시행령까지 고쳐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한달 만에 시장을 흔들고 있다. 출시 때부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우려를 샀던 ETF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시장 왜곡과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고강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증시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쏠리면서 하루 5~10%씩 오르내리는 변동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등장하면서 이를 활용한 초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짧은 시간의 방향만 맞히면 큰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홀짝 도박판'에 비유하면서 투기성 단타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회전율이 1261%나 되는 상품도 있었다. 하루 동안 전체 물량이 12차례 넘게 손바뀜한 셈이다.
이들 상품에 개인 자금 8조원 이상이 몰리면서 시장 왜곡도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 레버리지 ETF의 급등락이 시장 변동성까지 키운다는 것이다. 두 종목만 오르면 다른 종목이 대부분 하락해도 코스피는 상승하는 구조다. 한 증권사 보고서는 단일종목 ETF 출시 이후 국내 상장사 주식의 95% 이상이 하락했는데도 코스피는 강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상승률 상위 종목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가 휩쓸었다. 코스닥 역시 1000선을 내주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반도체주로의 자금 쏠림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이 불고 있다.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시장구조가 한국과 다르다. 수백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어 특정 종목 쏠림이 덜하다.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도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다.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인 소수 종목에 집중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에서는 코스피와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초고위험 레버리지 선물상품까지 등장했다. 애초 단일종목 ETF는 홍콩 상장 레버리지 ETF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도입됐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투기 시장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는 코스피 150배 투자 선물상품까지 등장했다.
금융당국도 판촉 제한과 투자자 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부작용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만큼 보다 정교하고 강도 높은 보완책이 필요하다. 예탁금 요건 강화와 신용공여 한도 축소, 증거금 비율 상향 등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서킷브레이커와 비슷한 '과열 시 매매 제한' 등 시장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종합대책을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