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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對北 햇볕정책 다시 꺼내들 때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영변 등 핵개발 비용 10분의 1이면
수백만 아사 막을 수 있었지만 방치
민수 뺀 北경제 호황, 고도성장 중
북한 핵무장 책임 누구도 지지않아
북러 군사동맹, 북중러 연합훈련도
전작권 전환보다 생존전략이 절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우리는 과연 북한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냉전이 끝난 1980년대 이후 북한을 제대로 분석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왔는지 보면 볼수록 한심한 결과에 놀란다. 이에 입각한 대북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더욱이 정권 성향에 따라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도 다르게 해석한다.

김일성이 사망한 날, 참석했던 KBS 심야토론에서 김정일 정권은 빠르면 3일 늦어도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라는 것이 당대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냉전 붕괴 이후 사회주의 정권이 연일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가운데, 고립된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북한체제 붕괴론은 우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체제붕괴 파장이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 연착륙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포용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남북 체제경쟁에서 우리가 돌이킬 수 없게 승리했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은 무의미하며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통 크게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가 정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미북 제네바합의에도 영향을 미쳐서 북한은 곧 붕괴될 정권이기에 통 크게 경수로 2기 등 우리가 부담하는 대규모 지원을 담았다.

햇볕정책은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북한 문제는 강풍보다 햇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심각한 경제식량난으로 수백만의 아사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인식이 더욱 굳어져 갔다. 그러나 정작 경제식량위기 속의 북한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핵무기 양산과 미사일 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매년 2척의 5000t급 미사일 구축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전략핵잠수함까지 건조하고 있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북한 경제식량난은 사실 의도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백만의 아사 상황도 당시 옥수수 2억~3억달러어치면 막을 수 있었지만, 북한 정권은 그러지 않았고 모든 자원을 영변 핵시설 등 핵무기 개발에 쏟아부었다. 그 비용의 10분의 1이면 아사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북한 식량난은 40년 가까이 진행형이다. 최근 유엔 보고서는 주민의 42%가 심각한 영양부족이라고 한다. 만성적 경제위기조차 방치되고 의도된 산물일지 모른다. 북한 경제는 민수경제와 수령과 군을 위한 경제가 다르다. 북한 경제는 민수는 사실상 방치되어 주민 삶을 극단적으로 희생시키고, 오직 수령과 군사력 강화에만 올인하는 '군사요새형 경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수를 뺀 북한 경제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호황이고 고도성장 중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주류가 되면서 오류는 심화되었다. 북한을 외부 잣대로 비판하지 말고 주체사상과 역사적 맥락의 내부적 논리에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심각한 인권유린에 눈감고 북한 핵무장의 심각성을 간과했다. 햇볕정책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개방·개혁을 하지 않는 것을 적대적 외부환경에서 찾았다. 이를 해소하면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살정책 탓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핵실험이든 미사일실험이든 우리 정부의 설명에는 항상 협상용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지난 30년 이상 대북협상 과정을 보면 북한 핵야망이 협상용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이 북한의 비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북한에 제기했을 때 놀랍게도 우리 고위직들은 일제히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려는 미 네오콘의 조작으로 몰아갔다. 이후 북한 스스로 영변 HEU시설을 공개했지만 이와 관련, 누구도 오류를 인정한 적이 없다. 물론 북한 핵무장을 보고도 누구도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은 절대 세습이 아닌 당성이 강한 젊은 엘리트를 후계자로 육성할 것이라고 보았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가 된 것은 혈통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하며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이 이루어졌다.

햇볕정책을 지탱해온 북한보다 우리가 우월하다는 전제는 무너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장에 성공했고, 중러와의 군사동맹도 부활하고 있다. 북중러 군사교류는 물론 연합훈련도 보게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할지 모른다. 전작권 전환보다 비핵국가 한국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전략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실패하고 철지난 햇볕정책을 다시 꺼내들 때가 아니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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