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日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 한국의 선택
日, 북중러 안보위협 대응 위해
韓·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 연합
호주·뉴질랜드 등과도 안보 협력
트럼프, 우리에 참가 요청 가능성
한반도 안보이익 유불리 판단하고
中과의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지난 5월 말, 일본 도쿄대학에서 개최된 기타오카 신이치 명예교수의 기념 강연회에 다녀왔다. 기타오카 명예교수는 필자가 일본 유학 시기 수강했던 일본정치외교사 관련 과목의 담당 교수였고, 박사 논문의 심사위원도 담당해 준 인연이 있었다. 특히 그는 2012년부터 시작된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시기, 총리의 외교안보정책좌장 역할을 맡아 당시 최초로 책정된 국가안보전략서를 기초하였고, 일본 학자로서는 예외적으로 유엔 차석대사 등의 공직도 역임하는 등 21세기 일본의 외교안보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대표적인 일본 내 전략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도쿄대학 법학정치학부 제자들이 마련한 이 강연회에서 기타오카 명예교수는 2021년도에 발간한 편저 등에서 제기해 온 그의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즉 서쪽으로는 중국,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미국에 직면해 있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일본이 추구해야 할 대외정책의 방향은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국,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 호주 및 뉴질랜드와 더불어 가칭 '서태평양 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구상들이 명칭을 달리하면서도, 일본의 정치가나 전문가들에 의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2024년 9월, 허드슨 연구소에 기고한 영문 논설을 통해 러시아·중국·북한의 핵전력 증강이 초래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관계인 미국에 더해 한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등을 구성국가로 포함하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나가타니 겐 방위성 장관이 샹그리라대화에서의 연설을 통해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구상, 즉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즉 일본의 정치가 및 전문가들은 제1도련선 지역에 대한 중국의 해·공군력 투사와 북한의 핵능력 증대 등에 의해 자신들의 안보이익이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과의 동맹체제 강화에 더해 주변 우방국들과의 안보네트워크 강화를 구축하는 대외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지정학적 구상들을 제기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관련 국가들과의 외교안보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하면서 그 제도화도 도모하고 있다. 호주, 영국, 프랑스와는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지소미아(GSOMIA) 협정 이외에도 방위장비기술이전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원활화협정(RAA) 등을 각각 체결하였고 수시로 외교와 국방당국 수장 간의 2+2 회담을 개최하는 등 동맹국 미국에 버금가는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갖추었다. 필리핀, 인도, 독일, 이탈리아 등과도 지소미아, 상호군수지원협정, 방위장비기술이전협정을 각각 체결하였고 상호 병력의 훈련 등 목적의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원활화협정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우방국들 양자 간 인적 교류나 부대 간 교류에 더해 다양한 협정 체결을 통한 외교적 제도화까지 구축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에 비해 일본이 보다 치밀한 다자안보협력을 추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이러한 지정학적 구상과 그 제도화가 미국을 경유하여 한국에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나 중동지역 전쟁 발발 등의 요인에 따라 인태 지역에서의 안보 역할을 점차 한국이나 일본 등 역내 동맹국가들에 분담하는 안보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제시하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나 '서태평양 연합' 등의 구상을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 수용하여 한국에도 참가를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일본발 지정학적 구상들이 한국의 안보이익 관점에서 어떤 유불리를 초래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 표명이나 핵능력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으로서도 대미 동맹 강화에 더해 일본, 호주, 캐나다,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는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의 관계는 일본의 그것에 비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자 혹은 다자 간 교류에 더해 외교적 협약을 통해 국가 간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추구하는 일본 안보정책의 특성을 직시하면서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반영한 대외전략구상, 그리고 그를 구현하기 위한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