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벗으세요"…日학교 건강검진에 '발칵', 무슨 일?
[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일본 학교 건강검진에서 여학생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라는 정부 지침이 마련됐으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는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일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학교 신체검사 시 속옷 착용 여부를 두고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앞서 2024년 학생들의 심리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체육복이나 속옷을 착용하거나 수건 등으로 몸을 가린 상태에서 검진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상반신 탈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 가이드라인이 빠져 있어 실제 일선 학교의 대처는 제각각인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와사키시에 사는 한 여성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둘째 딸이 건강검진 후 학교에서 돌아오지마자 “정말 싫었다”며 화를 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전했다.
당시 학교가 미리 배포한 안내문에는 "어깨뼈가 가려지지 않고 등 부분이 가는 형태의 속옷은 책용한 채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건강검진 시 척추가 좌우로 휘는 척추측만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등이 옷으로 가려질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딸은 검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슴 아래를 받쳐주는 밴드 부분이 가는 브래지어를 착용했지만, 검진 당일에서는 교사로부터 속옷을 벗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상의를 걷어 올린 상태에서 검진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이듬해 진학한 중학교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부모는 사전에 학교 측에 브래지어 착용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는 "학교 의사의 방침이어서 변경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된 올해도 학교는 사전 안내문에서 프라이버시와 학생들의 심정을 배려하겠다고 밝혔지만, 브래지어 착용은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이 학생은 학교 건강검진 대신 자비를 들여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개별 검진을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여학생들은 검진 전에 브래지어를 벗어 주머니에 넣은 뒤 체육복과 운동복 차림으로 수업을 듣다가 순서가 되면 검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진 공간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되어 있었지만, 여학생과 같은 성별의 교사가 체육복을 걷어 올리고 남성인 의사가 진찰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학부모는 같은 가와사키시 내 다른 학교에서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이같은 실정에 대해 가와사키시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국가의 지침을 바탕으로 의사가 검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학교와 공통된 인식을 갖고 실시하는 것"이라며 "복장이나 검진 방식은 학교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별 대응 방식 극명하게 갈린다. 일본학교보건학회가 202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학교의 87.4%는 학생들의 수치심을 줄이기 위해 옷을 착용한 상태로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 장소에 가림막을 치거나 체육복, 타월 등으로 신체를 가릴 수 있게 조치한 곳도 52.3%에 달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과거 방식을 고수하며 상반신을 노출할 상태로 검진을 받게 하는 학교도 일부 남아 있다. 속옷이나 옷을 입은 채 검사하면 척추측만증 같은 뼈 발달 질환을 잡아내기 어렵고 심장 소리를 정확히 듣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의료진의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부과학성 측은 "착용한 옷이 정밀한 진단에 걸림돌이 된다면 무조건 속옷 착용하라고 강제하긴 어렵다"라며 "결국 학교와 담당 의사 그리고 학부모가 긴밀히 소통해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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