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해리 英왕자 '언론과의 전쟁' 완패…사생활 침해 소송 기각

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가 영국 타블로이드 언론과의 마지막 법정 다툼에서 완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은 7일(현지시간) 해리 왕자와 팝스타 엘튼 존 등 유명인 7명이 일간 '데일리 메일'의 발행사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를 상대로 낸 사생활 침해 소송에서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영국 언론을 상대로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여 온 해리 왕자에게 치명적인 패배로 기록될 전망이다.

해리 왕자 등 원고 측은 데일리 메일과 그 자매지인 메일 온 선데이가 1990년대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NL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차량과 자택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휴대전화 음성사서함을 해킹했으며, 신분을 속여 의료 기록 같은 민감 정보를 빼냈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지난 1월 재판에 직접 출석해 "데일리 메일이 아내 메건 마클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눈물로 호소하며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매슈 니클린 판사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니클린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 측이 제기한 의혹은 심각하지만, 의심만으로는 불법 행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는 정보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는 명백한 증거를 원고가 제시해야 하며, 단순히 사적인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 취재라고 추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판결 직후 해리 왕자는 흑인 인권 운동가 도린 로런스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완전하고 명백한 은폐(whitewash)"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해리 왕자는 "법원이 메일 측을 면책시키기 위해 얼마나 무리했는지는 충격적이고 부당하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ANL 측은 "데일리 메일과 소속 기자들, 그리고 언론 자유를 위한 압도적인 승리"라고 자평했다.

이번 소송전의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ANL 측은 재판에 든 총 소송 비용이 5000만 파운드(약 1011억 원)를 넘어섰다며, 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소한 해리 왕자 측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 비용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데일리 메일의 전 편집장이자 영국 언론계의 거물인 폴 데이커는 "혼란과 분노에 가득 찬 젊은이(해리 왕자)가 이 소송에 휘말린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책으로 출판한 그가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해리 왕자는 앞서 '데일리 미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고 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사와는 합의를 끌어냈지만, 이번 패소로 그의 언론 개혁 명분은 상당 부분 빛이 바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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