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5년 내 매출 다시 두 배로 키운다"
AI·음성제어 '기술 퀼트'로 스마트 장비 플랫폼 전환 가속…북미 직접 진두지휘
[파이낸셜뉴스] 두산밥캣이 단순 건설장비 제조기업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자동화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장비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년간 회사를 이끈 스캇 박(박성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향후 5년 안에 매출을 다시 한번 두 배로 키우겠다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박 부회장은 두산밥캣의 미래 전략을 '퀼트'와 '마법 양탄자'라는 독특한 비유로 풀어냈다. 과거 건설장비 산업이 '철(iron)'로 불리는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자동화·음성제어·텔레매틱스·클라우드·AI 등 이종 기술을 정교하게 결합해 하나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완성하는 플랫폼 싸움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우리 산업은 다양한 기술 역량을 이어 붙여 하나의 퀼트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며 "과거에는 단일 하드웨어만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다채로운 기능을 엮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의 퀼트는 결코 완성형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명확한 비전 아래 각 조각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밥캣이 만드는 '퀼트'의 핵심 조각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처음 공개한 '잡사이트 컴패니언(Jobsite Companion)'이다. 소형 로더를 위한 AI 기반 음성제어 시스템으로, 부착장치 설정과 조명, 장비 진단 등 50개 이상 기능을 말 한마디로 제어한다. 두산밥캣의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장비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밥캣 프로 소형 로더에 탑재돼 올여름 미국 시장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작업 중 손을 제어장치에서 떼지 않고 음성으로 조명을 켜거나 설정을 바꿀 수 있다면 작업 효율성은 극대화된다"며 "모든 기능이 텔레메틱스 및 클라우드와 연동되면 원격 고객 지원과 효율적 작업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자율 기술은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은 "규모는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반 장비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장비 기반과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며 "바커 노이슨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었고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적절한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M&A 전략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부회장은 "여전히 M&A가 우리 전략의 일부라고 믿는다"며 "지역·포트폴리오 확장뿐 아니라 AI 같은 기술 역량, 유통망 확대, 모트롤 인수처럼 유압 부품을 내부로 가져오는 수직계열화까지 전체 스펙트럼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두산밥캣은 최근 몇 년 사이 잔디깎이 등 지면 관리 장비 사업과 지게차 사업을 잇달아 품으며 인접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성장의 최종 목적에 대해 박 부회장은 "규모와 성장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임계 규모와 역량, 장비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방식으로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책임 경영도 강화한다. 두산밥캣은 최근 마이크 볼웨버 북미법인장의 퇴임에 따라, 후임 선임 전까지 스캇 박 부회장이 직접 북미법인장을 임시 겸임하기로 결정했다. 북미 시장은 두산밥캣 전체 매출의 70~75%를 차지하는 최대 요충지다. 그룹 CEO인 박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통상 압박과 시장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두산밥캣의 실적은 반등 흐름을 타고 있다. 두산밥캣의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15억34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1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게차 판매 회복에 힘입어 북미 매출이 3% 성장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회사는 지난해 62억달러 매출에 이어 올해 4.3% 늘어난 64억5000만달러를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상장 후 첫 '인베스터 데이'에서 "혁신과 M&A를 두 축으로 연평균 11% 성장해 2030년 매출 120억달러(약 16조원)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2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가는 것이 6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가는 것보다 다소 쉬운 일"이라면서도 "우리가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유기적 성장과 M&A를 통한 성장, 구독·소프트웨어 같은 신규 사업이 함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