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법 개정 공과 따져 경영 걸림돌 걷어내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투명성 제고
신사업투자 및 인수합병 위축 과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1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도입 효과를 조사한 결과, 상장기업 10곳 중 8곳이 이사회 운영방식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준법팀 검토 절차를 신설하고 이사회 의사록을 상세히 기록하는 등 제도가 안착되는 분위기다. 도입 당시 기업경영에 미칠 장단점을 놓고 무수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소프트랜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개정 상법 규정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냉철하게 중간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형식적인 제도 개선만 이뤄진 건 아닌지 현장의 어려움 여부를 짚어봐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결정의 책임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나온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응답 기업의 과반(53.7%)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 우려가 커졌다고 답했다. 또 21.7%는 법적 검토 강화로 투자나 사업재편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보류·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사업·인수합병 관련 사안이 30.8%로 가장 많았다는 대목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다. 이사회가 절차적으로는 투명해졌을지 몰라도 정작 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 앞에서 머뭇거려야 하는 일이 심화된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은 주주 이익 보호와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오히려 경영을 위축시키는 견제와 감시로 작동하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투명성은 높아졌으나 경영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면 그 원인을 점검해봐야 한다.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이나 대응도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감당하는 부담은 매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이야 전담 조직과 예산으로 대응할 여력이 되지만,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 상장사는 강화된 이사의 충실의무와 소송 부담이 훨씬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정책 당국은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업들의 고충을 경청하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더욱 각별히 챙겨야 할 것이다.
1차 상법 개정안 시행 외에 또 다른 제도 시행도 임박했다. 내년 1월부터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와 독립이사 비율 확대가 시행된다. 그런데 전자주총 대상 기업 중 운영체계 구축을 마친 곳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이사 후보 선정을 진행 중인 기업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제도의 시행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기업들이 서둘러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행 이후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상법 개정안을 도입한 취지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철저한 중간점검에 나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