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가세수로 미래기금 신설, 재정 체질도 개선을
내년 세수 사상 최대 5백조 넘을 듯
철저한 재정 규율로 쌈짓돈 안되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추가 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와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 미래를 위한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기업의 투자 시간표에 맞춰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모두의 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재정의 청사진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며 재정 운용에 허덕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한 412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α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세금은 기업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기업 성장과 세수, 국가 발전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을 높여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재정의 출발점이다.
추가 세수를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전력망과 용수, 첨단산업단지 같은 기반시설은 민간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영역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민간의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다. 기업이 공장과 기술을 책임진다면 정부는 전력과 용수, 교통·물류망, 정주여건 등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마땅하다. 산업 전환기에 필요한 재교육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재정이 우선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분야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재원과 엄격한 재정 운용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출발점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 활용이었다. 글로벌 AI 산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업황 사이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미래를 보고 기업과 국가는 과감히 투자를 하되 호황 이후는 상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기금 사용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미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와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상지출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지역 나눠 먹기, 선심성 사업, 현금성 지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미래와 지방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어떤 사업이든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기존 재정의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가 내년에 50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저성과 사업은 감액하고 폐지 사업의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원칙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국가채무 관리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정부는 내년부터 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낙관적인 세수 전망만으로 재정건전성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 세수의 일부는 국가채무를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충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황기에 곳간을 채워야 불황이나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수 있다. 선제적으로 빚을 줄이는 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다.
이 대통령은 "지금 논의하는 재정의 방향이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부는 원칙 있는 투자와 철저한 재정 규율로 국가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