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뒤처진 시장연결형 AI 플랫폼
제조 인공지능(AI)은 공장 내부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내부 최적화형 AI, 기업들의 데이터와 생산자원을 연결하여 거래를 형성하는 시장연결형 AI 플랫폼으로 구별할 수 있다. 한국은 내부 최적화형 AI 도입은 유리하다는 평가 속에 정부가 다양한 업종별 공정에 AI와 로봇을 접목하는 정책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시장연결형 제조 AI 플랫폼 육성은 거의 방치되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 벤처자본·소프트웨어 산업·다양한 제조업체를 기반으로 민간 주도의 AI기반 제조 거래 플랫폼이 성장 중이다. 조메트리(Xometry)의 경우 구매기업이 CAD도면과 제품 사양을 업로드하면 알고리즘이 형상, 재질, 공차, 공정 난이도, 예상 생산시간 등을 분석해 가격과 납기를 제시하고 등록된 제조업체 중 적합한 공급자를 추천한다.
2025년 말 현재 조메트리 구매자는 8만1821개, 공급자는 4996개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연결형 AI 플랫폼이 상당한 규모의 산업 거래 인프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생산설비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분산된 생산능력을 하나의 가상공장처럼 활용하여 공급기업에는 유휴설비 활용과 고객 확보 기회를 제공하고 구매기업에는 공급업체 탐색, 견적 요청, 가격협상과 납기 확인 등의 거래비용을 낮춘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어 플랫폼 역량은 높아진다. 독일은 미국과 다른 양상으로 시장연결형 AI가 발전 중인바 개별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하면서도 공급망 전체에서는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산업 데이터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자동차산업 카테나엑스(Catena-X)의 경우 완성차업체, 부품업체, 서비스업체들이 품질, 탄소배출, 공급망 위험 등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교환하고 있다. 참여기업이 데이터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상대방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빠르다. 중국은 산업 인터넷을 인터넷·빅데이터·AI와 실물경제를 융합하는 핵심 수단으로 설정하고 업종별, 대기업 중심 플랫폼을 확산해 왔다. 최근엔 산업 인터넷 플랫폼에 AI 모델과 산업용 지능형 에이전트를 결합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생산관리, 공급망, 주문, 설비 연결 및 전자상거래 기능이 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은 협력업체의 설비와 주문정보를 연결하고 다수의 중소기업에 표준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은 생산 자동화와 내부 AI 활용에서는 주요국과 대등하게 가고 있지만, 시장연결형 AI 플랫폼에서는 취약하다. 기업 간 데이터 단절, 폐쇄적 공급망, 데이터 표준 미비와 플랫폼 사업모델 부족이 문제다. 이는 확고부동한 모기업과 협력업체 체계, 데이터 외부 공개 시 협력업체의 거래상 지위 약화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 중소업체의 디지털 역량 부족, 데이터 표준화 미흡 등 요인에 기인한다.
향후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은 스마트공장에만 달려 있지 않다. 공장 설비, 기술, 품질, 생산능력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연결하고, 얼마나 많은 국제 거래를 창출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시장연결형 AI 플랫폼 확산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