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AI 통한 금융산업 혁신
이달 초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을 관통한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AI가 과연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인플레이션, 금융안정, 통화정책의 미래까지 논의는 폭넓게 이어졌다. AI는 이제 개별 산업의 기술혁신을 넘어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macro-critical transition)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그 잠재력이 실제 생산성과 성장으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아직 검증 중이다. AI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의 견해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그 결과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기반한다. 반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자산버블과 알고리즘 거래에 따른 변동성 심화 등의 우려도 있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AI나 데이터의 유형과 활용 방식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논의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은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AI의 활용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고객맞춤형 금융서비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이상거래 탐지, 자산운용,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 보안에 이르기까지 AI가 만들어 낼 혁신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특히 우리 금융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높은 디지털 수용성으로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향방은 기술의 발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도와 인프라가 이러한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의 잠재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규제가 함께 진화해야 한다. 정부는 망분리 규제, 개인신용정보 활용체계 및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등 AI 시대와 맞지 않는 규제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안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AI 개발과 활용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금융권이 AI와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다. 과거의 규제가 미래의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기술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책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
이번 ECB 포럼 개막연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18세기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했다. "변화할 수단이 없는 국가는 스스로를 보존할 수단도 없다." AI를 통한 혁신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그 속도와 파급력은 과거 어느 기술혁명보다 빠르고 광범위하다. 이러한 전환에 얼마나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국가와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금융이 결국 가장 강한 금융이 될 것이다. 정부는 AI 혁신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