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찍으려다 사지마비… 제주 포구 다이빙의 잔혹한 대가
최근 5년 여름철 연안사고 260건·47명 사망
항·포구 사고 52건에 사망 14명 '장소별 최다'
얕은 수심·암반 충돌 땐 경추·척수 손상 위험
안전요원 455명 배치에도 비지정 해역 관리 한계
순찰 뒤 다시 뛰어드는 위험행위 차단 어려워
사고 다발지역 공개·물리적 출입통제 필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항·포구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몇 초의 장면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물이 깊어 보이더라도 조수에 따라 수심이 달라지고, 수면 아래에는 암반과 콘크리트 구조물, 선박을 묶는 쇠사슬과 폐어구가 숨어 있다. 머리부터 부딪히면 목뼈와 척수가 손상돼 사지마비나 호흡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5년간 여름철 제주 연안에서는 260건의 사고가 발생해 47명이 숨졌다. 사고 건수는 해안가에서 가장 많았지만 사망자는 항·포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수영장이나 다이빙장으로 설계되지 않은 포구가 청소년과 청년층의 물놀이 장소로 소비되면서 치명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여름 해수욕장과 항·포구 등에 안전요원 455명을 배치하고 자치경찰도 특별순찰에 들어갔다. 그러나 넓게 흩어진 해안과 소규모 포구를 인력만으로 계속 지키기는 어렵다. 순찰과 경고판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사고 다발지역 공개와 위험시간대 출입통제, 다이빙 지점의 물리적 차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17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도내 해수욕장과 포구, 연안 물놀이 지역을 대상으로 여름철 해안가 안전관리 특별순찰을 벌인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수난사고 245건 가운데 44.5%가 6~8월에 집중됐다. 월별로는 7월이 전체 사고의 18.4%로 가장 많았으며, 시간대별로는 오후 1~4시에 34.7%가 발생했다.
자치경찰은 제주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협재·금능·곽지·김녕·월정·중문·표선해수욕장과 주요 포구, 연안 물놀이 지역을 순찰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현장 순찰을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 해안 추락방지시설의 작동·파손 여부도 점검한다.
풍랑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테트라포드와 방파제 등 위험지역에서 낚시하거나 출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계도에 나선다.
제주도는 6월부터 9월까지를 수상안전관리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안전요원을 지난해 333명에서 올해 455명으로 122명 늘렸다. 관련 예산도 30억2100만원에서 40억8000만원으로 10억5900만원 확대했다.
안전요원 332명은 해수욕장 12곳과 하천·계곡 7곳 등 물놀이 관리지역에 배치됐다. 이용객이 늘어난 항·포구와 비지정 물놀이 지역 32곳에도 123명을 투입했다.
소방안전본부는 해수욕장 12곳에 하루 60명의 119시민수상구조대를 운영한다. 제주해양경찰청도 연안안전지킴이 20명을 배치해 사고 위험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 사고 건수는 해안가, 사망자는 항·포구에 집중
제주해양경찰청의 2021~2025년 여름철 제주 연안사고 현황을 보면 매년 6~9월 발생한 사고는 모두 260건, 사망자는 47명이었다.
장소별 사고 건수는 해안가가 6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양 60건, 항·포구 52건, 갯바위 36건, 해수욕장 17건, 테트라포드와 방파제가 각각 11건, 무인도서 6건 순이었다.
사망자는 항·포구가 14명으로 장소별 가장 많았다. 해안가 12명과 해양 6명, 갯바위 5명, 테트라포드 4명, 해수욕장 3명, 방파제 2명, 무인도서 1명이 뒤를 이었다.
항·포구는 사고 건수가 해안가와 해양보다 적었지만 사망자는 가장 많았다. 항·포구 사고 52건 가운데 14명이 숨진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항·포구는 선박을 접안하고 어업 작업을 하기 위한 시설이다. 물놀이객을 위한 수심 표시와 안전선, 구조요원, 수중 장애물 제거 체계가 갖춰진 지정 해수욕장과 구조가 다르다.
방파제와 선착장에서 수면까지 높이 차가 크고, 물속에는 암반과 로프, 닻, 쇠사슬, 폐어구 등이 있을 수 있다. 선박이 오가는 곳에서는 스크루와 선체에 충돌하거나 파도에 휩쓸릴 위험도 있다.
같은 장소도 만조와 간조에 따라 수심이 크게 달라진다. 전날 안전하게 뛰었다고 다음날에도 같은 깊이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수면이 잔잔하고 깨끗해 보여도 물속 장애물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부 포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른바 '다이빙 명소'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항 내 위험행위를 제한하는 법 시행을 앞두고 "올여름이 마지막"이라는 문구를 붙인 다이빙·스노클링 영상까지 확산했다. 다른 사람이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물속에서 촬영한 영상은 수심과 수중 암반, 과거 사고 이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짧게 편집된 성공 장면만 보고 현장을 찾으면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이빙을 촬영하려고 더 높은 곳에 오르거나 여러 번 반복해서 뛰어드는 행동은 충돌·추락 위험을 높인다.
■ 얕은 물에 머리부터… 사고 나면 일상 전체가 멈춘다
포구 다이빙에서 가장 위험한 부상은 경추와 척수 손상이다. 경추는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목뼈이며, 그 안을 지나는 척수는 뇌와 팔·다리 사이에서 운동·감각 신호를 전달한다.
제주지역 권역외상센터 연구진이 2018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경추 외상 환자 353명을 분석한 결과 34명(9.6%)이 얕은 물 다이빙으로 다쳤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30.6세였고 연령 범위는 15~54세였다. 사고가 청소년과 청년층을 포함한 젊은 피서객에게 집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빙할 때 머리가 바닥이나 암반에 닿으면 몸의 무게와 낙하 충격이 목뼈에 한꺼번에 전달된다. 목뼈가 부러지거나 밀리면서 척수를 누르면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마비, 감각 상실, 배뇨·배변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손상 부위가 높으면 스스로 숨 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척수손상이 발생하면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아도 사고 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심한 환자는 사지마비와 호흡부전으로 장기간 침상생활이 필요할 수 있어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심 1~2m는 성인이 서 있을 때 깊게 느낄 수 있지만 머리부터 뛰어드는 상황에서는 안전한 깊이가 아니다. 높은 위치에서 뛰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깊이와 충격이 커지고 입수 자세가 흐트러지면 머리와 목이 바닥에 직접 닿을 수 있다.
술을 마신 뒤에는 거리와 수심을 판단하는 능력과 균형감각, 위기 대응 속도가 떨어진다. 구명조끼는 익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머리가 암반과 부딪칠 때 발생하는 경추 손상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중증 척수손상은 수술과 장기간 재활치료를 받아도 사고 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환자 개인의 학업과 직업, 이동, 가족관계가 한순간에 바뀌고 가족도 장기간 간병과 생계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 순찰차가 떠나면 다시 뛰어든다
현재 대책의 중심은 안전요원 배치와 순찰, 계도, 시설 점검이다. 사고가 집중되는 시기와 장소에 인력을 투입한다는 점에서는 필요하지만 제주 전역에 흩어진 항·포구와 비지정 물놀이 지역을 인력만으로 계속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체 안전요원 455명 가운데 항·포구와 비지정 물놀이 지역 32곳에 배치된 인원은 123명이다.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포구와 SNS를 통해 새롭게 알려진 물놀이 지점에서는 순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현장에서 위험행위를 제지하더라도 순찰 인력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다시 뛰어드는 경우를 막기 어렵다. 경고판도 야간이나 먼 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이미 '다이빙 명소'라는 인식이 퍼진 장소에서는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최근 사망·중상 사고가 반복된 포구를 고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지명과 위험요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내비게이션과 관광 안내사이트, 렌터카 안내문, 숙박시설을 통해 위험정보를 접하도록 해야 한다.
위험지역에는 난간과 이동식 차단시설을 설치해 높은 방파제 끝이나 선착장 다이빙 지점에 접근하기 어렵게 해야 한다. 성수기와 사고 집중 시간대에는 물리적인 출입통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이빙 금지'라는 문구만 적는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고위험 포구의 CCTV를 관제센터와 연결하고 반복적인 다이빙 행위가 포착되면 경찰과 안전요원이 즉시 출동하는 체계도 검토할 만하다.
개정된 어촌·어항법에 따라 관리청이 위험구역에서 수영과 다이빙 등 행위를 금지할 수 있고, 위반하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가 2027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법 시행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방정부와 어항관리청이 기존 권한을 활용해 사고 다발지역의 계도와 시설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관광객과 제주도민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이 뛰었다는 사실과 SNS 영상에서 안전해 보였다는 장면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구명조끼도 다이빙 충격에 따른 목뼈 손상을 막아주지 못한다. 포구에서의 다이빙 자체를 피해야 한다. 물놀이를 하려면 안전요원이 배치되고 수심과 이용구역이 관리되는 지정 해수욕장을 이용해야 한다.
이철우 제주도 자치경찰단 생활안전과장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간대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순찰과 안전시설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양제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해수욕장뿐 아니라 항·포구 등 안전관리 취약지역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며 "안전수칙과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