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노르딕워킹으로 우리 동네를 재발견하다
[파이낸셜뉴스] 어르신들이 스마트 폰에서 매일 챙기는 건강 루틴이 있다. 바로, 걷기 앱이다. 바탕화면을 열 때마다 우측 상단의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체크한다. 취향과 건강 상태에 따라 5천보, 8천보 서로의 기준이 다르다. 아파트 단지나 근린공원을 걸어서 그날 목표를 달성하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를 맘속으로 외치며 뿌듯해 하신다. 이제 동네 산책도 노년의 건강한 먹거리처럼 '양보다 질'을 챙겨볼까.
노르딕(Nordic). 북유럽 국가를 뜻한다. 노르웨이, 핀란드가 포함된다. 흔히 복지 선진국으로 불린다. 노르딕워킹(Nordic Walking)은 1930년대 크로스 컨트리 스키 선수들의 눈이 없는 하계 비시즌 훈련에서 유래했다. 남녀노소가 야외 평지와 완만한 경사 지형에서 '11자 폴'을 적극 활용하여 걷는 상하체 전신 운동이다. 1990년대 핀란드에서 더욱 체계화하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전용 폴을 적절히 사용하면, 노년의 자세가 교정되고 보행이 발라진다. 지팡이로는 버티고 지지했다면, 폴로는 바닥을 뒤로 밀며 전방으로 추진할 수 있다. 코어와 팔다리, 온몸에 걸친 관절과 근육을 쓰며 심혈관 운동도 겸한다. 걷기 운동량은 증가하는데, 폴 덕분에 신체 부담은 오히려 경감한다. 고령자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규칙적으로 지속하면, 신체 균형이 향상되어 낙상 예방에도 도움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중반 유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북유럽처럼 사계절 날씨에다 도심에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와 녹지가 많아서 노르딕워킹을 즐기기 딱이다. 최근 들어 매년 서울과 지방에서 대회나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매월 11일에는 지역을 번갈아가며 노르딕워킹 데이 이벤트도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서 동호인이 늘고 있다.
노르딕워킹이 생소하다면 어떻게 시작해볼까.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강남구 보건소는 5년째 봄가을에 성인반, 시니어반 강습을 운영 중이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주민에게 예방 운동으로 제공한다. 서초구 서울교대 평생교육원은 15주간 성실히 이수하면 자격증 과정으로 연계도 가능하다. 전국 각지 국공립 기관에서 검증된 전문 강사에게 교습받을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단, 입문에 앞서 자신의 주치의에게 적절할지 문의해보기를 추천한다.
바닷가, 호숫가, 뒷동산 어디든 가능하다. 동네 코스를 발굴할 때는 3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분리되어 안전한가. 둘째, 인도 폭이 널찍해서 주민간 이동에 간섭이 적은가. 셋째, 바닥의 단차가 크고 미끄럽지는 않은가. 대단지 아파트의 외곽 산책로, 지자체가 관리하는 근린 공원이나 드넓은 대학 캠퍼스도 훌륭한 코스가 된다.
사계절 언제든 가능하다. 걷기 좋은 봄가을은 물론이고, 여름날 보슬비 속에 레인 워킹도 즐겨볼 만하다. 성인이 되어 막상 비 맞고 걸을 일이 없었는데, 빗방울이 두드려 깨워주는 온몸의 감각을 한동안 잊을 수 없다. 물론, 폴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고, 접지력 좋은 트레킹화를 착용함은 기본이다. 고령자 보행에 관해 이해가 높은 전문 지도자가 동반한다면 금상첨화다.
현관문을 열고 나와서 사시사철 형형색색 자연을 만끽한다. 종일 집안에서 움츠러든 인지 기능이 자극받는 기분이다. 이웃과 함께 걸으니 우울감이 줄고 외로움도 덜 하다. 어머니 또래 분은 어제 산 방울 토마토를 소형 배낭에 담아와 나누고, 딸 같은 이는 다음달 우리 동네에 개원할 명의 꿀팁도 공유한다. 뒷골목 숨은 맛집에 들러 엔분의 일도 하고, 왠지 망설여졌던 노인복지 시설도 이참에 둘러본다.
우리 동네 좋은 사람들과 걷고 소통한다. 함께라서 더 멀리 걷고, 폴이 있어서 더 안전히 걷는다. 노르딕워킹이라는 공동 관심사로 건강 커뮤니티가 되어간다.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시작하나 했는데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하고 있는 우리 동네를 노르딕워킹으로 재발견한다.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