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3대 메가 프로젝트, 中企 '패싱'

파이낸셜뉴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가 세 축이다. 호남, 충청, 영남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거점을 세운다. 거기에 대기업이 1600조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를 대고, 세제도 지원한다. 규모 면에서 국책사업으로 불릴 만하다.

국책사업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중국은 황하의 물길을 다스렸다. 로마도 도로를 놓고 제국을 건설했다. 1933년 미국은 테네시강에 댐을 세웠고, 독일은 아우토반을 깔았다. 우리도 주택 200만호, 인천공항, KTX 등이 있었다. 국책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었고, 경제를 키웠다. 과거 국책사업은 토목 공사였다. 토목 공사는 재정 투입의 승수효과가 크다. 투입된 만큼 실물경제가 꿈틀댄다. 그러나 토목 공사에 대한 환경성, 주민 수용성, 사업성 검증이 강화됐다. 한동안 국책사업이 사라졌던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책사업의 새로운 모델이다. 토목 공사에 딥테크 산업을 얹었다. 그리고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한다.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기엔 재정 부담이 크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은 기업이 쫓는 게 맞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역할이다. 1970년대 산업정책은 국가가 설계했고, 대기업이 이끌었다. 그래도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1975년)을 제정해 대·중소기업 거래를 제도로 묶었다. 물론 촉진법의 공과는 갈리지만, 중소기업의 참여만은 제도화했다. 그런데 이번엔 중소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로지 대기업 중심이다.

프로젝트를 보면, 중소기업은 협력사와 소재·부품·장비에 스치듯 나온다. 팹에 부품과 장비를 대는 역할이다. 산업에서 이를 후방연관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방연관효과에 달렸다. 팹이 찍어낸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제공할 컴퓨팅 자원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용할 것인가이다. 전방연관효과엔 중소기업이 강하다. 빠르게 창업하고, 시장을 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이게 빠졌다. 1990년대 후반의 경험은 달랐다. 정부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깔았다. 그 위에서 사업할 주체를 따로 길렀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1997년)이 창업자를 만들었고, 코스닥이 자금을 댔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인프라와 제도 위에서 성장했다. 정부가 전방연관효과를 치밀하게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주도한다. 그들이 전방연관효과를 고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다르다. 연산의 일정 몫을 중소기업에 배분해야 한다. 피지컬 AI 모델의 개방도 필요하다. 합리적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원칙도 있어야 한다. 진입비용이 높은 AI 산업에서는 인프라 접근권 자체가 창업정책이다. '메가특구법'에 이런 조항을 넣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는 삼성과 SK의 공장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공장과 데이터센터 위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태어나느냐에 달렸다. 과거의 촉진법과 벤처특별법은 산업정책이 시작된 뒤 뒤늦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AI 경쟁에서는 몇 년의 시차로 시장 전체를 잃을 수 있다. 당장 메가프로젝트를 위한 협의와 입법에 중소벤처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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