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차세대발사체 성공하려면
미국의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던 남북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 주도로 개발되어 남군과 북군의 주력 야포로 사용된 청동제 M1857 12파운드 나폴레옹 대포는 더 이상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무료함을 느낀 대포 제조 전문가들의 모임인 '대포 클럽'의 회장인 임피 바비켄은 대포를 '재활용'하여 달 탐사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 황당한 계획에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자금(클라우드 펀딩)이 모이고 새로운 목표에 동기부여된 회원들은 지구탈출속도 계산(임무궤도설계), 사람을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초대형 대포 콜롬비아포(로켓)와 사람이 탑승할 포탄(우주선)의 설계, 이 대포를 주조하고 발사할 장소(발사장) 선정 등의 이슈를 돌파해 나간다. 이후 지구에 달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대포는 플로리다(100여년 뒤 케네디 발사장이 실제로 설립됨)에서 지구탈출속도로 발사되고 탑승한 3인의 모험가는 달 표면에서 탐험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귀환한다.
과학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이 스토리는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던 해인 1865년에 발표된 쥘 베른의 SF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의 줄거리이다.
대포의 탄환은 일회용이나 대포는 적정한 수명이 다할 때까지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대포의 용도변경과 재사용을 통해 달 탐사를 시도한 베른의 혜안은 우주시대 초기는 물론 현재까지 수많은 우주개발자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적을 공격하는 살상무기로 먼저 실용화되었던 로켓은 포탄의 개념처럼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수십년간 인식되어 왔다. 2002년 설립된 신생기업 스페이스X가 로켓을 재사용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은 물론 사상 최대 기업공개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미국 나스닥에 시총 5위권으로 진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로켓의 역사를 고증해 보면 인간이 만든 기계를 재사용한다는 상식적인 논리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무궁화 1호를 발사한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미국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1993년 기존 로켓처럼 바다에 추락하지 않고 이륙했던 발사장에 다시 수직으로 착륙할 수 있는 델타 클리퍼(DC-X)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재사용 발사체의 기술적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1996년 시험 중 발생한 착륙기어 고장 및 화재로 인해 개량모델인 DC-XA 기체가 파손되며 결국 프로젝트가 전면 취소되어 DC-X는 물론 회사도 보잉에 합병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 나머지 실패를 딛고 재사용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성공하지 못한 사례라 하겠다. 반면 스페이스X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발사체 폭발과 발사대 훼손까지 감수하면서도 수많은 실패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착륙 다리와 엔진 재점화 및 로켓회수 기술 등 재사용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오늘의 성공을 이루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방향 전환한 우리나라 차세대 발사체도 미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도 중요하고 속도전도 중요하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