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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용인의 성공이 광주의 미래다

파이낸셜뉴스

구마모토 TSMC 1공장 대성공
2공장 착공의 결정적 발판으로
구형에서 최첨단반도체로 변경
범정부 차원 초법적·원스톱 지원
건설중인 용인에 먼저 적용해야
현재의 성공담이 미래 꿈 현실로

노동일 주필
노동일 주필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은 2021년 착공 후 3년 만인 2024년 말부터 가동 중이다. 당초 TSMC는 '최첨단 공정은 대만, 구형(레거시) 공정은 해외'라는 분업 원칙을 가졌다. 구마모토 1공장이 12~28나노급의 기술로 출발한 이유이다. 하지만 1공장의 성공은 TSMC의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었고, 2공장 투자의 결정적 발판이 되었다.

국내외 언론이 TSMC 구마모토 1공장 성공 비결로 첫손에 꼽는 건 일본 정부의 '초법적·원스톱'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1공장에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즉각 집행했다. 통상 1~2년 걸리는 용도변경을 단 4개월 만에 처리했다. 구마모토현은 전담부서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등을 일괄 해결하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에 최적화된 유틸리티(물과 전력)도 중요했다. 아소산의 풍부한 지하수와 규슈 원전 덕분에 대만 본사가 겪던 고질적인 전력 및 가뭄 리스크를 탈피할 수 있었다. 현지 건설사 및 근로자들이 주말과 밤낮 없는 24시간 교대공사로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도 큰 몫을 했다

1공장 성공을 확인한 TSMC는 곧바로 제2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생산 반도체의 수준이다. 2공장은 6~7나노급 공정으로 계획되었으나 1공장의 안착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최첨단 3나노(㎚) 공정으로 설계가 변경되었다. TSMC는 대만 중심주의를 깨고 구마모토를 글로벌 최첨단 AI 반도체(3나노)의 핵심 해외 거점으로 전환하며 제2공장 가동(2027년 말 목표)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 문제를 두고 논란과 의구심이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평택 포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물량이나 인프라를 광주로 이전·분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시선도 있다. '발표용'이나 '여당 전당대회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해법은 '용인의 완벽한 성공'이 선행되는 것이다. '구마모토 TSMC'가 증명한 성공 방정식이다.

구마모토 TSMC 사례를 대입하면 용인은 구마모토 1공장이고, 광주는 제2공장이다. 기업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허브에서 먼저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야만, 축적된 역량이 비로소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첫 단추인 용인이 흔들리면, 두 번째 단추인 광주는 끼워볼 기회조차 사라진다. 구마모토 성공의 핵심 요인은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초법적·원스톱 지원'이었다. 광주는 말 그대로 '초법적·원스톱 지원'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 지난 6일 광주 군공항 부지 결정, 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영광 한빛 원전 1호기 재가동 및 신규 원전 검토 소식 등 숨 가쁠 지경이다. 군공항 이전, 원전 재가동, 댐 건설 등이 가능한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불가능이지만 어쨌든 현란한 속도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헬기로 군공항을 시찰하고 민관합동점검회의를 주재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여권의 신성불가침이던 '주52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반면 용인 클러스터는 인허가와 인프라 확보 문제로 수년째 발목이 잡혀 있다. 부지, 용수, 전력 등 모든 여건이 지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추미애 경기지사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인허가 기간 대폭 단축, 전력·용수공급망 책임완공 등을 공언했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지금까지의 추진 경과가 지지부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관련 인프라 구축은 기업이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와 관련부처 전체가 나서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용인과 광주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려던 기업들을 "설득하여" 동시 추진으로 바꾸도록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앞장서 광주와 똑같은 '초법적·원스톱 지원'을 용인에 제공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셈이다. 52시간 규제 완화가 광주에만 적용되어야 할 명분도 없다. 일단 기업이 선택한 용인의 규제를 혁파하고 인프라를 속전속결로 완성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기업을 초고속 지원하는 '용인의 성공 경험'이 확립되어야 광주 반도체에 대한 초고속 행정 지원도 정당화될 수 있다.

지금은 한정된 국가적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해 먼저 시작한 용인의 성공담을 하루빨리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광주가 거대한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기회가 열린다. 용인의 성공은 광주 반도체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발판이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지역 상생을 동시에 추진하는 길은 '선(先)용인 안착, 후(後)확산'이라는 구마모토의 교훈을 직시하는 것이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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