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선택적 언론 알레르기

파이낸셜뉴스
정명진 문화스포츠부장
정명진 문화스포츠부장

중국 초나라의 시인 굴원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 사람 모두가 흐린데 나 홀로 맑고, 뭇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자신만이 진실을 보고 있고 세상은 눈멀었다는 이 탄식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문장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화법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유일한 진실의 목격자로 규정하는 순간, 다른 모든 이의 판단은 자동으로 '취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행사에 참석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발언에서 이 오래된 화법이 겹쳐 보였다. 신규 레이블 'OOAK Records'를 설립해 새 보이그룹을 준비 중인 그는 이날 새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면서도 어도어와의 분쟁 관련 질문에는 국내 언론을 겨냥한 불만을 앞세웠다. 그는 "외신기자들로만 구성된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자신이 "언론 알레르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언론 보도가 일방적"이라며 "현재까지 나온 보도는 99.9대 0.1 수준으로 불균형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답변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분쟁의 흐름을 살펴보면 민 전 대표의 항변이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지점들이 드러난다. 뉴진스 다섯 멤버는 2024년 11월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NJZ'라는 이름으로 독자 활동을 추진했다. 그러나 본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어도어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활동이 중단됐다. 2025년 11월 혜인·해린·하니는 어도어로 복귀했고, 민지의 계약상 지위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다니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으며, 다니엘의 전속계약 위반 의혹과 관련해 다니엘과 그의 모친, 민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주요 쟁점과 결정적 증거 앞에서 선택적으로 침묵해온 쪽은 민 전 대표 자신이라는 지적이 많다.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에도 'NJZ'라는 이름으로 홍콩 공연이 강행됐고, 그 배후에 민 전 대표가 있었다는 정황, 뉴진스의 중국 이중계약 체결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는 정황이 나왔다. 어도어는 또한 다니엘이 전속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공연하기 위해 중국계 행사업체와 체결한 이른바 '이중계약'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 전 대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외신 간담회에서 보인 화법의 온도차다. 민 전 대표는 다니엘·뉴진스 관련 질문에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직접 답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뉴진스 컴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해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작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핵심 쟁점에는 답변을 유보한 것이다.

또 그는 호소의 무대로 국내가 아닌 외신을 택했다. 그는 "언론 알레르기가 있다"면서도 정작 자신의 억울함은 외신기자 앞에서 풀어놓았다. 국내 언론 보도가 '일방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보도들을 상대로 직접 반박하고 해명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작 문제 삼는 상대 앞에서는 침묵하고, 사안의 전후 맥락을 상대적으로 충분히 접하지 못한 외신 앞에서만 억울함을 토로하는 모습은 여론전의 무대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옮기려는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실질적인 반박이 필요한 곳은 외신기자클럽이 아니라 법정과 국내 언론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팝 산업의 유명 프로듀서라면, 언론의 공정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제기된 물증과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할 책임이 있다. 진실은 법정에서 증거로 가려진다. 외신을 상대로 한 억울함 호소가 아니라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야말로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