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산업전환 위해 규제완화 시급" 재계의 절박한 호소

파이낸셜뉴스

한경협 회장, '네거티브 규제' 요청
요구 묵살해 온 정치권부터 각성을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경협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경협

산업 대전환을 위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경제단체장들이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구글, 애플,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넷플릭스, 오픈AI는 출생지가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로,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제도에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의 기자간담회에서다.

규제완화 요구와 주장은 국민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다. 그런데도 계속 나오는 것은 정부 당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 담당자들은 류 회장과 같은 발언을 해 왔지만 정작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규제완화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버리는 것은 결국 법적인 경직성과 책임을 두려워한 공직자들의 몸사림이 합쳐진 결과다. 규제는 입법권자나 행정부 공무원들이 가진 통제 권한으로 인식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재계에서 아무리 부르짖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전임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 또한 규제완화를 강조해왔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대통령이 나서고 지시해도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고 실무 책임자들이 의지가 부족하니 그런 것이다. 쓸데없는 기구를 정리하고 규제완화위원회나 담당 청와대 수석을 신설해서라도 밀고 나가야 될까 말까 할 텐데 그런 움직임도 없다. 도리어 입법을 통한 각종 규제들이 더 나오고 있다.

류 회장은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를 전면 도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신기술과 신산업, 특별구역 등 범위를 특정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더 늦기 전에 규제 시스템을 재설계해 과거의 잣대로 미래 산업을 제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이 요구가 정책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류 회장의 언급은 일정 분야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의미한다. 미국처럼 법률이나 규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더라도 규제 없이 자유롭게 기업들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규제 샌드박스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주요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현재 첨단기술과 미래산업을 선점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이나 청년 창업자들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보려고 해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만다면 그 책임은 정치권과 행정부가 져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서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가 묵살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별도로 포럼을 연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은 "사업주는 52시간제를 지켜야겠지만, 더 하고자 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자유의지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쟁국들은 24시간 연구실에 불을 밝히며 개발에 몰두하는데 우리만 정해진 노동시간에 얽매여 있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원하는 사람만 하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쪽은 막무가내다. 노동권 보호라는 경직된 사고로 어떤 융통성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다른 규제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이래서야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행정부보다 국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 그동안 재계에서 수없이 요구한 규제혁신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책임을 방기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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