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비만치료 시장 진출, 바이오를 신성장축으로
미래 내다보고 과감한 승부수 던져
정부도 인프라 확충 등 정책 지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만·당뇨 치료제 핵심 원료인 펩타이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 사업을 최근 수요가 폭증하는 펩타이드로 확대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비만 치료제 공급망을 선점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 새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약 2조7000억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회사는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통해 올해 말까지 지분 100%를 취득, 인수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짧은 사슬 형태로 연결된 물질로 체내에서 호르몬과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 의약품이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전 세계를 휩쓴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다. 폭발적인 수요로 펩타이드 원료와 생산시설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히 비만 치료를 넘어 항암제와 면역질환,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치료제로까지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색이 없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세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향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사업부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1000건 이상의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생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미국 등 5개국 6개 생산거점과 핵심기술, 150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고객사와 맺은 계약도 승계해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이어받는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5년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 역시 올해 8조2000억원에서 2035년 43조4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M&A가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수한 펩타이드 기술력에 삼성의 대규모 생산역량과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빅파마가 찾는 초격차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 바이오 벤처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K바이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기가 돼야 한다.
정부도 이를 계기로 바이오를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걸맞게 육성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인프라 확충과 규제개선 등 정책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것처럼 이번 인수가 일회성 확장에 그치지 않고 K바이오를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키우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